박종윤 소설가

 

반란군 수괴 이각과 곽사 무리가 대권을 쥐고 횡포를 부리자 황제는 불안했다. 황제 측근의 중신들이 의논해 밀조를 내리자 서량 태수 마등과 병주 자사 한수는 반란군 토벌을 위해 10만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게 됐다. 그 소식을 들은 이각과 곽사는 대응 방안을 의논했다. 이각, 곽사는 무조건 출전에 반대를 한 모사 가후의 말을 들었다.

이각은 병사 만오천명을 점고해 이몽과 왕방에게 내어 주니 그들은 기뻐하며 군대를 이끌고 장안에서 280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때 연합군 서량병이 호호탕탕하게 물밀 듯 오고 있었다. 서량병은 이몽과 왕방의 길을 막고 마등, 한수는 진머리에 나와서 외쳤다.

“이몽과 왕방은 반국 역적의 주구다. 누가 나가서 이 두 놈을 잡아들이겠느냐?”

그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소년 장군 하나가 뛰어나왔다.

“제가 비록 불민하오나 반적을 사로잡겠습니다.”

모두들 바라보니 소년 장군은 얼굴이 관옥 같고 눈은 샛별처럼 광채가 났다. 손에는 장창을 잡고 준마 위에 높이 앉았는데 흡사 하늘의 선관이 말을 타고 속세로 하강한 듯했다. 소년 장군은 서량 태수 마등의 아들 마초로 나이가 겨우 17세였다. 비록 나이는 어리나 영용이 무쌍했다. 아버지 마등의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다. 소년 장군은 살같이 적진을 향해 말을 달렸다.

왕방이 가만히 마초를 바라보니 너무 어리고 예뻤다. 그는 말을 채쳐 나오며 마초를 조롱했다. “아가야, 젖을 몇 통 더 먹고 나오너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왕방이 칼을 휘두르며 나오자 마초는 아무 대꾸도 없이 응전을 했다. 창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몇 합에 거쳐 나더니 별안간 왕방이 비명을 지르며 말 아래로 떨어져 다리를 쭉 뻗어 버렸다. 서량병들은 북을 두드리고 정을 치면서 환성으로 마초에게 갈채를 보냈다. 소년 장군 마초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말 머리를 돌려 천천히 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몽은 돌연 왕방이 죽는 것을 보자 분함을 참을 수 없었다. 급히 말을 몰아 마초의 뒤를 쫓았다. 공격을 모르는 채 서서히 돌아가는 등 뒤에서 이몽이 창을 번쩍 들었다. 그 찰나에 마초의 아버지 마등이 큰소리로 외쳤다. “네 뒤에 적장 이몽이 너를 쫓아온다. 얼른 몸을 피하라!”

마등의 외치는 소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마초는 몸을 번개같이 돌려 뒤쫓아 온 이몽의 창을 제압하고 목덜미를 낚아챘다. 마초는 이몽을 산 채로 잡은 것이었다. 서량병의 환호성은 다시 한 번 천지를 진동했다. 마초는 일부러 이몽을 유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장군을 잃은 이몽의 군사는 진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병사들은 풍비박산이 돼 도망가기에 바빴다. 마등과 한수, 마초가 함께 군사를 몰아 추격하니 이몽의 전군은 졸지에 전멸이 됐다. 서량병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애구(隘口)로 나가서 진군을 한 뒤에 이몽의 머리를 베어 진문 위에 높이 달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동탁의 여당 이각, 곽사는 부하 이몽과 왕방이 마초한테 한 번 싸움에 패전한 것을 보자 비로소 모사 가후가 선견지명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어찌하면 좋을지 가후에게 물었다.

“두 말 하지 말고 처음대로 성문만 굳게 지키시오. 오래 시간을 끌면 서량병은 저절로 파진을 해서 돌아갈 것이오.”

이각과 곽사는 가후의 말대로 따랐다. 성문을 굳게 닫고 응전을 하지 않았다.

과연 두 달이 채 못 돼서 군량미와 말 먹이가 떨어졌다. 마등, 한수는 비밀히 사람을 성중으로 보내서 일찍이 내응이 됐던 마우, 충소, 유범한테 양식 걱정을 했다. 공교롭게도 일이 안 풀리느라고 마우 집 상노 놈이 일을 저질러 쫓겨난 뒤 주인 마우가 충소, 유범과 함께 서량병과 내통한 사실을 밀고해 버렸다.

이각과 곽사는 크게 노했다. 세 사람을 잡아다가 목을 베어 군문에 효수한 뒤에 남녀 가족 모두를 잡아서 저자에 참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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