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번조는 병주 자사 한수를 놓아 준 혐의로 연회석에서 이각에게 목이 떨어졌다. 그 바람에 장제는 번조가 영솔했던 군사들까지 관령해 홍농으로 돌아갔다. 가후의 진언으로 인재를 등용하자 조정은 생기가 돌았다. 그 무렵 청주에서 또 다시 홍건적이 일어났다. 이각과 곽사는 백관들을 모아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태복 주전이 건의했다. “산동에 새로 일어난 도적들을 격파하자면 조맹덕 같은 인물을 등용해 쓰지 아니하면 아니 될 줄 아오.”

“지금 조맹덕은 어디에 있소?”

“조조는 산동의 동군 태수로 있습니다. 군사의 수도 많거니와 위세가 일방에 떨쳐 있습니다. 조정에서 조조에게 황건적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리면 며칠 아니 가서 적을 평정할 것입니다.”

이각은 황제께 아뢰고 조서를 초하여 조조에게 제북상 포신과 함께 힘을 합하여 황건적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렸다. 조조는 조서를 받자 포신과 군사를 일으켰다. 그들은 적병을 수양 땅에서 공격하다가 포신은 중지에 들어가서 적병에게 피해를 입었다. 조조는 적병을 시살하면서 제북까지 쳐들어가니 항복하는 자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

조맹덕은 항복한 군사들을 전구로 삼아서 황건적을 무찌르니 가는 곳마다 승리를 얻어 불과 백여 일에 항복하는 병사가 30만이요. 귀화된 백성이 남녀 모두 백여만 명이나 되었다. 조조는 날랜 병사들을 뽑아서 청주병이라 한 후에 나머지는 모두 다 고향으로 가서 농사를 짓게 했다.

그 뒤부터 조조의 명성은 날로 떨쳤다. 조조의 승전 보고가 장안에 도달되니 조정에서는 그에게 진동 장군의 칭호를 내려 공을 크게 치하했다.

조조는 연주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하의 명사들을 초청했다. 그때 두 사람이 조조를 찾아왔다. 한 사람은 영천 영음 출신 순욱인데 순곤의 아들이었다. 처음 원소한테 있었으나 그를 버리고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러 찾아 온 것이다. 조조는 순욱과 천하 일을 논해 보니 기막힌 대재(大才)였다.

“당신은 나의 장자방이 올시다. 한평생 나를 도와주오.” 조조는 순욱에게 행군 사마의 직책을 주었다.

또 한 사람은 순유로 순욱의 조카였다. 일찍부터 해내명사海內名士의 한 사람으로 황문 시랑 벼슬까지 지냈으나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갔다가 지금 그의 숙부와 함께 조조를 찾은 것이었다. 조조는 크게 기뻐하여 순유에게 행군 교수의 직책을 주었다.

하루는 순욱이 조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주에 어진 선비가 한 사람 있는데 지금 어디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조가 궁금하여 누구냐고 물었다.

“동군의 동아 사람 정욱이란 인물인데 자를 중덕이라 합니다.”

“글쎄 나도 전부터 많이 듣던 이름이오. 어디 사람을 놓아 한 번 찾아봅시다.”

조조는 곧 사람을 놓아 수소문했다. 동네 사람들은 정욱이 글을 읽으러 산중에 들어갔다고 했다. 조조는 다시 사람을 보내 정욱을 청했다.

정욱은 산에서 조조를 찾아 내려왔다. 조조와 순욱은 크게 기뻐서 정욱을 환대했다. 정욱 또한 인물을 천거했다. “나 같은 사람은 고루하고 들은 바 없는 사람이지만 형의 고향에 곽가라는 인물이 있소. 왜 그 사람을 써보지 않으시오?”

정욱의 말을 들은 순욱이 손뼉을 쳤다.

“깜빡 했구려. 하마터면 좋은 사람을 놓칠 뻔 했소.”

순욱은 조조에게 그를 놓칠 수 없다고 하고 곽가를 연주로 청해 와서 천하 일을 의논했다. 곽가 또한 명사를 천거했다.

“광무 황제의 적파 자손으로 회남 성덕에 사는 유엽이란 자가 있소. 자는 자양이라 합니다. 이 사람을 한 번 써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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