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손흥민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의 축구 레전드로 꼽히는 차범근을 뛰어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흥민이, 우리 흥민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 선수의 대기록도 반갑지만 축구 선배의 따뜻한 격려와 애정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손흥민은 ‘차붐’을 뛰어넘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기뻐하는 대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세러머니를 했다. 그 전 경기에서 자신의 태클로 부상을 당한 선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손흥민은 태클을 당한 선수의 부상을 확인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었다. 영국의 언론과 팬, 축구협회는 손흥민의 진심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신사의 나라다웠다.

손흥민이 착한 선수가 된 것은 학교 운동부에 속하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다. 손흥민의 아버지도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를 할 만큼 뛰어난 선수였으나 제도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야인으로 살았다. 막노동을 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손흥민의 지도자가 되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냈다.

손흥민 아버지는 눈앞의 승리에만 집착해 잔기술만을 가르치는 학교 운동부와 달리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는 데 역점을 두었다. 트레이닝 과정이 워낙 세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아이를 학대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축구뿐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항상 겸손하라”고 가르쳤다. 오늘날 착한 손흥민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손흥민은 아버지를 하늘처럼 존중하고 따른다. 아버지인 동시에 최고의 스승을 모시고 사는 것이다. 효자 부모 밑에 효자 자식 난다고 했다. 누구나 보고 배운 대로 하게 마련이다. 얼마 전 북한에서 전쟁 같은 축구를 치르고 와서도 손흥민은 상대 팀에 대한 비난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착한 손흥민의 모습과 달리 우리나라 스포츠 현실은 영 딴판이다. 폭력과 부정, 비리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평창올림픽 때도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 어수선하더니 지난달 전국체전 때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폭언과 폭력이 난무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린 학생 선수들 상당수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10년 전부터 체육계 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이 선수생활을 하느라 공부와 담을 쌓게 되고 이것이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어린 아이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들은 성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고, 미워서 때리는 것이 아니니 괜찮다는 아이들도 있다. 운동하면서 맞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아이들도 있다. 큰일 날 소리다. 맞고 자란 아이가 커서 또 때리는 법이다.

때리지 말라 했다. 아이들이 모두 착한 손흥민처럼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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