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늘 한 해를 마무리 할 때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한다.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인데, 올해도 정말 그랬다. 정치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정치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는 말은 하지 않을 수 없다. 편을 가르고 악다구니 하면서 증오를 키웠다. 그 와중에서도 노래 부를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춤 출 사람은 춤을 추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매출액이 125조 5천억원이었다. 작년 119조 1천억원에 비해 5.4% 성장한 것이다. 수출액도 전년 대비 8.2% 성장한 103억 3천 달러였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도 작년에 비해 1.2% 오른 66만 2천만명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연평균 5.7%, 수출액은 연평균 16.2%, 종사자 수는 연평균 1.6%씩 각각 성장했다. 콘텐츠 산업이 우리나라 효자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콘텐츠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콘텐츠를 따라 플랫폼을 이동하는 소위 콘텐츠 유목민이 늘고 있다. 채널이나 방송사와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으면 어디든 찾아 들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지상파 중심의 방송 환경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궁무진한 콘텐츠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뉴미디어 환경이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즉 OTT(Over The Top)가 콘텐츠 소비 패턴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상파와 SK의 통합 OTT ‘웨이브’도 10월 기준 가입자가 140 만 명을 기록하고 있고,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도 2 백만 명을 넘어섰다.

여러 플랫폼에 동시 가입하는 문어발족, 플랫폼 갈아타기를 하는 노마드족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한 미디어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은 콘텐츠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는 세상에서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만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과 손잡고 드라마와 영화 등 현지 제작 콘텐츠 생산을 위해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신기한 것은 아득한 시절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것이라 여길 줄 알았던 콘텐츠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점이다. 20년 전 ‘미달이’가 나왔던 ‘순풍 산부인과’가 갑자기 인기를 얻어 유튜브 누적 조회수 5천만을 기록했다. 밀레니엄 세대인 8090 세대가 주요 콘텐츠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성장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다는 분석이다. 신구 세대가, 해석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하는 것이다.

송가인으로 인한 트로트 열풍도 올해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유행도 돌고 돈다. 돈도 돌고 돌아 너나없이 골고루 잘 좀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내년에는 더 즐거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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