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아 공감을 얻거나 위안과 격려를 잘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970년대에 미국 하버드대에서 80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해 보았더니, 배우자나 가족, 친구 등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람끼리 더불어 부대끼고 살아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속에 멋지고 훌륭한 사람과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근사한 곳에 여행을 가거나 좋은 음식을 먹고 멋진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랑을 해대는 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남들 잘 사는 모습 보고 부러워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알래스카 원주민인 이누이트 족의 말에는 ‘훌륭하다’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누구나 주어진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훌륭하다는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훌륭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지 않으니 열등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어느 것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헷갈릴 정도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한 지붕에 있으면서도 문자로 대화를 나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고, 이별 통보도 문자로 한다. 서로 얼굴 보면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에 눈을 반짝이기 일쑤이지만 흘러간 것에 대한 갈망도 함께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전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가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랑으로 상처받고 군대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음에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 것이다.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늘 세상을 앞서가는 선구자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뒤를 좇아가는 추종자들이다. 남들 하는 대로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득한 시절, 남들 가는 곳으로 가야 사냥감을 발견하거나 사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위험에 처했을 때 이겨낼 힘도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유행을 따르는 것도 같은 심리다.

아프리카 초원의 누우 떼가 강을 건널 때 서로 눈치를 본다. 어느 놈이 먼저 물에 뛰어드나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강 건너에는 푸른 초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강에는 굶주린 악어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 먼저 뛰어들었다가는 악어의 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성질 급한 녀석이 강물로 몸을 던지면 그때부터 누우들이 앞다퉈 물속으로 뛰어든다.

레밍은 절벽에서 떨어져 집단 자살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개체수를 조절해서 종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살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뒤에서 밀치는 놈들 때문에 앞에 있던 녀석들이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세상이다. 먼저 뛰어들지, 뒤를 좇을 것인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떠밀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국민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더 좀 잘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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