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골 한옥 마을에 있는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의 처마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과학적 설계… 햇빛 유입량 조절 기능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처마는 명사로 ‘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지붕의 연장선 끝자락에 위치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늘을 향해 살짝 솟아 오른 처마 양쪽 끝에는 전통 가옥 건축의 멋과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하늘로 살짝 솟아오른 처마는 정면으로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아주기도 하고, 대류 형성을 도와 추위와 더위를 완화시켜 준다. 쉽게 말해 여름철 해가 높이 떴을 때, 큰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는 것과 같은 이치며, 겨울철에는 처마로 인해 낮게 뜬 햇볕이 방안 깊숙이 투사돼 집안을 따뜻하게 한다. 이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다가 처마에 걸려 머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북위 36도를 전후한 북방계여서 여름은 매우 덥고 겨울은 매섭게 춥다. 결국 겨울의 따뜻한 햇빛은 잘 받아야 하고,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은 잘 막아 주어야 좋은 집이 된다. 우리 선조는 이와 같은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처마를 생각해낸 것이다.

▲ (자료제공: (주)한옥과 문화)

처마는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태양의 ‘남중고도’ 즉 하지(夏至)때 태양은 거의 머리 위로 올라오지만, 동지(冬至) 때에는 낮아져서 방안 깊숙이 햇볕이 들어오는 것에 따라 처마가 햇볕을 막아 주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과학적인 논리가 숨어 있다.

또한 처마의 경사진 부분은 올라가는 온기를 막아 양지바른 처마 밑을 만들고, 댓돌에 떨어지는 비를 막아 한옥의 기둥뿌리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한편 처마가 직사광선을 막아 직접적인 햇빛을 받지 못해도 한옥 내부가 밝은 이유는 마당에서 반사된 빛이 건물 내부에 간접적인 조명을 비추기 때문이다. 최근 서양 곳곳에서는 한옥의 이러한 과학적인 우수성을 인식하고 현대 건축에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 처마 위에 눈이 쌓여 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한다. 남산골 한옥 마을에 있는 이승업 가옥의 처마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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