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악사’ 백제금동대향로ㆍ삼국사기 등 역사적 사료 근간해 복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백제시대의 공예와 미술문화, 종교와 사상 등 입체적으로 역사를 증명하는 산 유물인 백제금동대향로의 조각품들이 현실 속에 등장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 나성과 능산리 무덤들 사이 절터 서쪽의 한 구덩이에서 450여 점의 유물과 함께 발견된 백제 시대 향로다. 높이 64㎝에 무게 11.8㎏이나 되는 대형 향로로, 크게 몸체와 뚜껑으로 구분되며 위에 부착된 봉황과 받침대를 포함하면 4부분으로 구성할 수 있다.

향로의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4∼5겹으로 첩첩산중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피리와 비파, 현ㆍ북ㆍ소 등을 연주하는 5인의 악사와 각종 무인상, 기마수렵상 등 16인의 인물상, 봉황ㆍ용을 비롯한 상상의 날짐승 등 39마리의 현실 세계 동물들이 표현돼 있다.

특히 이 조각들 가운데 작고 아담하게 새겨진 5명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즉 오악사는 ‘완함(비파)’ ‘적(피리)’ ‘소(관)’ ‘백제금(현ㆍ거문고)’ ‘고(북)’를 각각 맡고 있다.

최근에는 향로에 새겨진 오악사가 들고 있는 악기와 그 소리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백제금동대향로 오악사 연주 중간보고회에서 이용식 국립국악원(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백제 악기에 대한 사료도 많지 않고 금동대향로에 조각된 악기들이 굉장히 작은 미니어처”라며 “이를 가지고 당시 악기 모습과 가장 최대한 근접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연구 결과 지난 16일에는 올해 복원된 악기들을 토대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연구는 대체로 음고를 목표로 진행됐다. 음고는 현존하는 악기들과도 어울려 연주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백제음고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졌다.

작은 미니어처 크기의 조각을 실존 악기 크기와 유사하게 복원하는 것은 길이와 형태 등을 파악이 가장 중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악원은 관련된 모든 문헌들과 사료들, 악기 연구자들의 견해를 모두 종합해 유사한 형태로 복원을 시켰다.

비파형을 띄는 ‘완함’은 백제악기의 특성인 4현을 가졌으며, <악학궤범>과 <문헌통고>를 통해 13괘로 구성돼 연주가 가능하도록 복원됐다. 또한 울림통 직경 치수는 일본 정창원 소장 완함의 울림통 직경 396mm보다 조금 작고 <악학궤범>의 월금 직경 363mm보다 조금 큰 치수로 완성됐다.

현악기로 추정되는 ‘백제금’은 거문고와 유사하게 보여 6현으로 제작됐으며, 왼쪽 끝 부분이 좁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다가 다시 좁아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판은 <악학궤범>을 참고해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각각 앞판과 뒤판에 사용했다. 백제금의 문양은 3차원 스캐너를 통해 확인한 결과, 비슷할 것으로 보이는 의자왕바둑판의 바둑알에 그려진 새 문양을 입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12관을 지닌 관악기 ‘소’와 생황ㆍ목탁ㆍ자바라 등 여러 가지 분분한 의견으로 아직 연구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고(북)’는 일단 북 형태로 복원됐다. 또한 황죽 재료에 대금과 유사한 아악기의 적(세로피리) 형태로 복원된 ‘적’도 연구 과제가 더 남은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복원된 오악기 모두 합주가 가능했으며, 지난 16일 공개와 더불어 마련된 연주회에서 국악원 창작악단의 합주로 <영기>라는 곡이 연주됐다.

이숙희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은 “일본은 정창원 유물악기를 새로운 악기로 복원하고 베트남도 편종ㆍ편경 등을 복원하려고 힘쓰고 있다”며 “시대별로 차별화된 문화 양상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옛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고악기 복원 연구 과제가 아직도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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