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출장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출장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언제 어디서든 日과 양자협의 응할 계획”

트럼프 WTO 개도국 발언 “계속 모니터링”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에 다음 달 2∼3일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장관회의에서 장관급 만남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일본 측이 일정상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29일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에게 RCEP 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 측의 공개적인 양자협의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유 본부장 명의의 제안 역시 거절한 것이다.

유 본부장은 “언제 어디서든 일본과의 양자협의에 응할 계획이 있다”며 “RCEP 장관회의 현장에서도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RCEP 장관회의를 비롯해 주요 다자·양자회의마다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또한 유 본부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국 정부·의회 주요 인사와 반도체협회 회장 등 업계관계자, 경제·통상 분야 핵심인사 20여명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미국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이용한 매우 위험한 선례임을 알렸다”며 “한일 양국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미국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통제를 강화한 이후 반도체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고, D램 가격(8기가·현물 기준)의 경우 조치 다음 날인 지난 5일 3.03달러에서 25일 3.69달러로 상승했다. 또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일본의 조치가 미국 산업과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했다며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유 본부장은 전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12

그는 로스 장관이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미 의회 인사와 싱크탱크 및 각계 전문가들도 일본의 조치가 미국 경제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 등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보태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보다 밀접하게 연관된 미국 업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유 본부장은 “그간 미국 업계는 일본 조치의 영향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만나보니 ‘일본 측의 조치로 인한 영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면서 직접 서한을 주고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서한에는 전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정비기술산업협의회, 컴퓨터기술산업협회, 소비자기술협회 등 반도체·정보기술(IT) 관련 업계는 물론 전미제조업협회와 같은 일반 제조업계까지 참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일방적인 수출통제정책의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또 유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 내 개발도상국 우대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제기한 사안으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