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사필귀정(事必歸正)
[고전 속 정치이야기] 사필귀정(事必歸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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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1449년, 몽고 오이라트부 귀족 에센이 명을 공격했다. 환관 왕진(王振)이 영종 주기진(朱祁鎭)을 부추겨 출전했지만, 토목보(土木堡)에서 대패해 영종은 사로잡혔다. 중국사에서 정강지치 이후 황제가 생포된 두 번째 사건이다. 영종의 아우 주기옥(朱祁鈺)이 즉위했다. 그가 경종(景宗)이다.

에센은 영종을 앞세워 북경을 압박했지만 병부상서 우겸(于謙)에게 막히자 영종을 돌려주고 철수했다. 1457년, 경제의 병이 위독했지만, 후계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무정후(武靖侯) 석형(石亨)이 집권했다. 석형은 영종의 복위를 생각했다. 도독 장첩(張輒)과 태감 조길상(曹吉祥)에게 넌지시 떠보았다. 장첩이 태상경 허빈(許彬)을 추천했다. 허빈이 당대 최고의 지략가 서유정(徐有貞)을 추천했다. 영종의 허락을 받은 그들은 당일 밤에 거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유정은 집안사람들과 작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면 전 가족이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지만, 실패하면 전 가족이 몰살한다. 이후에는 귀신이 되어서야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쿠데타가 성공하여 영종이 복위했다. 서유정, 조길상, 석형, 장첩 등 복위공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석형과 조길상은 공을 믿고 마음대로 불법을 저질렀다. 서유정은 달랐다. 그는 영종에게 두 사람의 방자함을 고발했다. 영종도 마음이 흔들렸다. 서유정의 사주를 받은 어사 양선(楊瑄)도 두 사람을 탄핵했다. 영종은 양선을 현어사(賢御史)라고 칭찬했다. 놀란 조길상과 석형이 서유정을 제거할 계책을 세웠다.

서유정은 늘 병풍으로 가리고 영종과 밀담을 나누었다. 조길상은 어린 내시를 매수하여 밀담을 엿듣고 보고하게 했다. 조길상이 그 내용을 영종에게 흘렸다. 영종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조길상은 서유정에게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후로 영종은 서유정을 점차 멀리했다. 어사 장붕(張鵬)이 또 조길상과 석형을 탄핵하려고 했다. 석형은 조길상과 함께 영종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장붕은 주살된 태감 장영(張永)의 조카입니다. 어떻게든 재기하여 복수하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저희는 황상의 두터운 은혜 때문에 모함을 받고 있습니다.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영종이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과연 장붕이 조길상과 석형을 탄핵했다. 영종은 읽어보지도 않고 장붕을 하옥했다. 조길상과 석형이 다시 영종에 말했다.

“장붕이 대담하게 황상을 속인 것은 서유정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유정을 제거하지 않으면 조정이 편할 날은 없을 것입니다.”

점점 화가 끓어오른 영종은 서유정을 하옥하라고 명했다. 조길상과 석형은 드디어 서유정을 제거하게 되었다고 축하했다. 석형과 조길상은 반간계로 정적인 서유정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서로의 투쟁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살벌했다. 공명심이 대단했던 서유정은 평소에 천문, 지리, 수리, 병법, 음양오행에 통달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음모에서는 환관 조길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조길상의 음모는 치밀했다.

우선 그는 영종과 서유정의 사이를 이간질했다. 어린 환관을 매수하여 영종과 서유정의 밀담 내용을 파악한 후 그것을 널리 퍼뜨렸다. 영종은 서유정을 의심했다. 영종이 걸려들자 이번에는 서유정이 다른 사람을 시켜 자기들을 모함한다고 하소연했다. 영종은 서유정을 더욱 멀리했다.

둘째는 서유정이 무엇인가 더 큰 음모를 꾸민다는 암시를 했다. 영종으로서는 자기를 복위시킨 서유정이 얼마든지 다른 황제를 옹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셋째는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어 판단력이 부족한 영종을 현혹시켰다. 격분한 영종은 서유정이 자기를 속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유정은 용서할 수 없는 간신이 된다. 음모로 일어선 서유정이 음모로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사건은 이긴 자가 정당하지 않았으므로 사필귀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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