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서비스산업 혁신을 통해 2023년까지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을 64% 높이고 일자리 50만개 이상을 늘린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유망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제조업 수준으로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에 대해 창업 후 5년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50% 감면해주고, 3년간 부담금도 면제해 준다. 2023년까지 관광·보건·물류·콘텐츠 분야에 자금공급을 70조원으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서비스 분야 연구개발(R&D)에 6조원을 투자한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인터넷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이른바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월 5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성인 결제 한도도 풀기로 했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영세성과 낮은 생산성을 높여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27위 수준인 국내 서비스업 생산성을 OECD 평균까지만 높여도 전체 경제성장률을 1% 이상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서비스업 고용 비중은 지난해 70.3%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일본(72.6%)과 비슷하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1%로 서비스업 강국인 미국(79.5%)이나 영국(79.2%)은 물론 일본(69.5%) 보다 낮다.

정부가 서비스 산업 육성 대책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다. 금융·R&D 지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대책이 지나치게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 과제 하나하나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겹겹이 규제로 쌓여있어 금전적 지원만으로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려면 핵심 규제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규제는 제조업의 4배일 정도로 과도하다.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금지된 것을 빼고 다 허용해주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 개혁을 반대하는 이익집단에 대한 설득도 절실하다.

이번 규제 대책을 보면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거나 미흡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인 원격의료, 상업용 드론, 자율주행차, 승차고유, 숙박 공유, 데이터 등의 사업이 각종 규제에 막혀 답보상태인데도 이런 신성장 서비스산업을 육성시키는 대책은 없다. 특히, 원격의료와 차량공유서비스 등은 이번 발표에서 또 빠졌다.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일본,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환자, 도서산간 등 오지 등에서 필요한 서비스이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는 운행 대수가 지난달 1000대를 넘어 택시와 갈등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중재에 나서서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대책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포함, 법률 제·개정 사항이 다수 포함됐는데 현재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숙박·개발·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관광진흥기본법 등 관광 관련 법률과 국민적 수요가 높은 택배·배달 등 생활물류, 플랫폼 운송업 등 신(新)물류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 개인형 이동수단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전거도로 통행 허용 등도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여야를 포함, 국회 설득을 강화하고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회에서 8년째 공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한 정부 대책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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