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1월 2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예하의 124군 부대 소속의 무장공비 120명이 경북 울진-삼척지구에 침투했다. 이 사건으로 무장공비 113명이 사살되고 7명이 생포됐으며, 아군 측도 전사 82명, 전상 67명이라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이 침투사건은 6.25 전쟁 이후 가장 큰 침투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금번 북한 어선이 정박 귀순한 지역이 바로 그날의 후유증을 안고 사는 주민들의 인근 지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전쟁과 분단과 상처와 아픔을 경험한 세대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앞바다에서 벌어진 현실에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북한의 도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왜들 그러지”라는 반응도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의 움직임도 침략 징후 여부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나아가 온전히 감당하고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받을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교훈에서 금번 삼척지구 북한어선 귀순사건에 대한 우리 군과 경찰 나아가 국군통수권자의 대응에 심각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금번 사건을 정쟁의 도구와 기회로 삼을 일이 아니라 이 나라의 안보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국군통수권자인 문대통령의 발언에서 짐작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기엔 독립투사였으나 해방 후 월북해 6.25전쟁에 앞장섬으로 아직까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람을 문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우리 국군의 뿌리라고 단정했다.

뿐만 아니라 타국에 가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통해 6.25 전쟁은 옛 소련의 비밀문서를 통해 “6.25는 김일성이 기획하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후원한 전쟁”으로 결론이 난 명백한 남침인데도 불구하고 “상호 오해에 의해서”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군 내지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을 저감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언들이 거침없이 지도자의 입에서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가 막힐 일은 “조사 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게 하겠다”는 국방부 장관의 무책임한 사과 발언은 국민들의 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충격발언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나아가 이어지는 축소 은폐에 급급한 추가 발언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더더욱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자신이 앞장서 책임질 때 그나마 국민들은 후일이라도 기약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찌 그뿐인가. 청와대 국가관리위기센터는 언론의 연이은 보도와 온 나라가 심각성을 제기하고서야 이대로 있다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대통령은 물론 관계자들의 입장 발표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일관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가장 먼저 국민 앞에 사태에 대한 심각성과 책임소재를 밝히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사과를 함으로써 자신의 도리를 다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했다. 그러함에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서 국민들은 그야말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붕괴된 나라에서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경계 실패를 넘어 아예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죽어 있었음을 고백해야 한다. 또 보고에 있어서도 목숨 걸고 귀순한 북한인 중 2명은 왜 돌아갔고, 2명은 왜 남아 있는지, 또 왜 그렇게 빨리 돌려보냈어야 했는지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나아가 축소 은폐 내지 거짓말은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규명해 국민 앞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가 봐도 무장 해제된 나라다. “평화는 안보로 이루는 게 아니다”라는 문대통령의 발언은 어이 상실이다. 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서 튼튼한 안보만이 유연성 있게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망각해선 안 된다. 어떤 기획적 의도를 가지고 금번 사건의 본질을 약화시키고 덮으려는 획책은 삼가야 할 것이며, 만연된 안보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정파를 떠나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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