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사관 생도와 예체능 교육
[스포츠 속으로] 사관 생도와 예체능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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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때 같은 신문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언론 선배 김훈 작가의 대표 저서 ‘칼의 노래’는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인물인 충무공을 1인칭 화자로 전개한 이 소설에는 왜적과의 일전을 앞두고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구슬픈 음악 소리) 내 오늘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니, 적을 반드시 섬멸하게 하소서...!”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장군이 비장미를 품은 음악에 영감을 얻고 적을 물리치고 명예로운 죽음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비록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지만 학문과 예술을 좋아하고 인간애로 넘친 충무공의 일면을 잘 보여주었다. 이순신은 ‘칼’로 상징되는 무의 단순성이 최고도로 부각된 인물이면서도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장교 양성기관인 육군사관학교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인재들의 집합소이다. 고등학교에서 전체 등 수 안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수십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해 4년동안 군사와 학문 분야를 연마해 장차 국군의 중추적인 장교로 커 나간다. 육사생들은 학교 교훈인 지인용(智仁勇) 정신을 행동 강령으로 삼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열과 성을 바친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종선 전 육사 교장은 자전적 저서 ‘검이 짧으면 일보 전진하라’에서 육사의 교육 이념과 교육 내용 등을 소개하면서 생도들이 럭비, 축구 등 여러 스포츠 활동을 하고 합창반, 군악반 등에서 예술적 소양을 쌓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반 대학생에 비해 예체능 교육을 받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박 장군은 “군인들에게 군사적인 지식과 함께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생각하는 예술을 사랑하며 살육의 전쟁터서도 인간애를 발휘하는 진정한 휴머니즘이 필요한 덕목이다”며 “이순신과 같은 훌륭한 장수가 되기 위해선 지식 교육과 함께 인성과 체력을 키우는 예체능 교육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육사 생도 1~4학년생 330명이 지난 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서 열린 베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에 초대받아 클래식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비영리 사단법인 베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생도들에게 문화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 초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관생도들은 국내에서 드문 여성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김봉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명곡 ‘1812년 서곡’ 등 주옥같은 클래식을 2시간여 동안 단정한 교복을 입고 질서정연한 자세로 들으며 큰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1812년 서곡’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침공한 나폴레옹의 프랑스 60만 대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차이코프스키가 지은 대표적인 곡인데, 이날 피날레로 연주돼 생도들에겐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진경 현 육사 교장(중장)은 “아주 의미있고 보람있는 공연이었다. 생도들이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신청해 1~4학년생들이 골고루 참여했다”며 “기회가 되면 앞으로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생도들이 자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육사생도들과 함께 음악회를 감상하면서 수십년 전 예비사관으로 교육을 받을 때, 이런 기회를 가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용감하고 맹목적인 충성만을 강요하는, 무소불위의 권위를 앞세우는 군인 시대는 이제 아니다. 영화에서 보듯 서양의 귀족 장교들처럼 예술을 사랑하며 품격있는 지성미를 발휘하고 전쟁에서 부하들보다 먼저 솔선수범하며 자신의 희생을 아끼지 않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멋진 장교들이 미래 국군의 인재로 자리잡아 나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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