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그야말로 만사형통, 운수대통이었다. 지난 1주일동안 영화, 음악, 체육 등 이른바 예체능에서 너무도 엄청난 한민족의 대사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단군 이래 한국인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최고로 올라선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 시대에 사는 모든 한국인들은 앞 선 세대가 평생 한 번 겪어 보기도 힘든 것을 한꺼번에 누리는 호사를 맛봤다고 할 수 있을 법하다.

순수 예술성을 지향하며 프랑스 전통문화 의식이 강하기로 이름난 세계 최고 영화상인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영국 런던의 상징인 웸블리 구장에서 이틀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15만명 관객의 넋을 잃게 만든 환상적인 공연을 펼친 아이돌 그룹 BTS, 그리고 축구의 본 고장인 유럽무대의 최고봉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토트넘 최고 공격수로 활약한 손흥민, 여기에다 미국 LPGA의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이정은6까지 낭보를 알렸다.

이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스타 탄생이라는 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만했다. 과거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국제스포츠이벤트에서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한·일 월드컵 4강 영웅 등이 스타로 등극했다. 가수 싸이도 수년전 ‘강남 스타일’로 세계 대중음악계를 잠시 흔들었다. 하지만 기존 스타들은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영웅들이었고 세계인들이인정하는 월드 스타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라는 갈증에 크게 목말라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을 거쳐 변변한 자원도 없이 근근히 살아가야했던 1960~70년대 그나마 민족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은 스포츠였다. 프로레슬링과 프로복싱에서 배출된 세계챔피언에 환호하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것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런 영광의 스타들은 한번의 기쁨, 즐거움으로 그냥 끝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포츠 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척박한 상태라 한 번 세계 최고가 됐더라도 그것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최대의 축제로 평가받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국을 세계속에 알리게 된 것은 민족의 큰 자산으로 삼을만했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미국 프로야구와 LPGA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민족의 기개를 펼치며 IMF 경제난으로 힘들었던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주었을 때, 우리는 뭔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박찬호, 박세리가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어릴 적 지켜보면서 확신과 영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박찬호, 박세리 이후 ‘제2의 박찬호’ ‘제2의 박세리’가 러시를 이루며 미국 무대에 진출한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한국의 예체능 생태계는 잘난 한 사람의 힘으로 주도되다가 반짝하고 꺼지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비슷 비슷한 수준의 꿈을 가진 세대들이 세계 최고를 꿈꾸며 열정을 불사르는 시스템을 갖춘 정도는 됐다. 봉준호 감독, BTS, 손흥민, 이정민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진 숨은 보물이었다. 앞서가던 이가 실패하면 뒤를 따라가던 이가 다시 도전하며 한국의 예체능은 더욱 성숙해 나갈 수 있다. 뛰어난 개인보다는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봉준호 등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한국인 영웅 등이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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