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학생들에게 물었다. “직업을 구할 것인가, 직장을 구할 것인가?”

대부분은 직업보다는 직장을 구하겠다는 답을 했다. 현실적인 생각에서 나온 말들이다. 하지만 유일한 미국인 학생은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선 직장보다 직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1학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수업에서 일자리 찾기와 관련해 일반적인 한국의 대학생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미국 국적의 한 대학생을 만났다. 크레그라는 이름의 올해 만 40살 된 늦깎이 대학생이다. 3년 전 대학에 입학, 올해 4학년으로 곧 졸업을 앞둔 그는 졸업 이후 새로 펼치게 될 창업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가 꿈꾸는 일은 한국에서 패러글라이딩 사업가로 자리 잡는 것이다. 17년 전 미국 애틀란타를 떠나 한국에 정착한 그는 한국적인 삶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한국어는 말하기는 물론 글쓰기도 한국사람처럼 능숙하게 한다. 같이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무려 20살 정도 차이가 나지만 매번 수업할 때마다 맨 앞 가운데 자리에 앉아 2시간 동안 진지한 자세로 듣는 열성을 보인다.

이미 그는 한국 패러글라이딩계에서는 유명한 인사이다. 10년 전부터 패러글라이딩을 즐겨왔으며, 2인승 비행을 3천회 이상이나 한 전문가이다. 충북 단양 등 전국의 유명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어디건 안 가본 데가 없다. 한국에서 최초로 외국인 지도자 자격증을 발급받았으며, 주한 미군, 해외 관광객, 영어 원어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을 홍보하며 패러글라이딩을 직접 체험하는 사업을 수년 전에 한국인 동업자와 같이 하기도 했다.

그가 체육관련 대학교에 진학한 것은 패러글라이딩 전문가로 지식과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기 위해서다.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단순히 좋아서 즐기는 것을 넘어서 많은 사람과 가치를 공유하며 삶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인생을 책상에 앉아서 일만 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삶의 참다운 맛을 알게 됐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알바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0번 이상 직업과 직장을 바꿔가며 일을 했는데, 패러글라이딩은 앞으로 내 천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삶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면서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찾게 됐다. 인생의 전반전을 넘어서 하프타임을 거쳐 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나이에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만나게 되면서 새 희망을 갖게 됐던 것이다.

한때 성장하던 한국패러글라이딩 시장이 6년 전부터 다소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동호인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졸업 후 패러글라이딩 사업 창업자로 나서 그동안 한국에서 쌓은 경험과 학교에서 배운 체육 관련 지식과 정보 등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멋진 비상을 꿈꾸고 있다.

분명 그의 삶은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낭만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을지 모른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사십오세가 정년)’ ‘인구론(인구의 절반이 논다)’ 등 사회적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돈과 명예를 쫒으며 성공하는 삶을 추구하는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별난 삶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성공보다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자세를 보면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깊이 자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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