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눈물의 꼬마’가 화제다. 9회말 2사 만루상황에서 터진 끝내기 2루타로 한화 이글스가 10대9의 대역전승을 거두는 것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한 꼬마 관중 이야기다. 주인공은 충북 청주에 사는 윤준서군(9)이다. 윤군은 지난 4일 부모님의 손을 잡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 위즈와의 경기를 찾아가 봤다. 윤군은 9회말 대타 김회성의 3타점 2루타로 한화가 대역전승을 거두는 것을 보고 아빠를 꼭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중계방송 카메라가 잡아 방송됐는데, 한화측은 구단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계방송 사진과 함께 ‘사람을 찾습니다, # 눈물의 꼬마’라는 공고를 내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반나절만에 윤군의 부모가 구단에 연락을 취해 어린이날인 5일 대전 경기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인 김회성이 윤군을 만나 사인유니폼과 구단 마스코트 인형을 전달했다. 윤군은 관중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가 평생에 남을 멋진 추억을 선물로 받았다.

눈물의 꼬마 이야기는 관중만큼 스포츠에서 중요한 대상은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스포츠구단이나, 스포츠 산업 등에서 관중은 핵심적인 요소이다. 현대 스포츠는 관중으로 시작해서 관중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관중은 사실 근대 스포츠의 산물이다. 근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사회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가능했다. 도시의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아 스포츠를 보면서 여가생활을 누리며 건강한 삶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근대 이전 사냥이나 사격 등에서 머물던 스포츠의 영역은 도시화,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확산되면서 하나의 제도로서 정착될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만나는 관중들은 모두 환하고 밝은 얼굴 표정을 짓는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격차 등에 관계없이 경기에 집중하는 관중의 모습은 인간의 순수함과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공평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는 경기를 보면서 관중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 공정성, 충성심, 권위, 열정, 자유 등을 생각하며 건강한 사회의 시민임을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관중 사이에서는 여·야의 격렬한 정파적 정쟁도 없고, 좌·우의 심각한 대립도 없으며,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넘기 힘든 갈등과 분노도 없다.

하지만 경기장을 떠나 관중이 거리로 나서 군중이 될 때는 무리라는 틀에서는 닮았지만 천양지차의 다른 모습을 보인다. 관중과 같이 근대의 산물로 등장한 군중은 사회 집단에서 ‘떼’를 이루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그의 대표적 저술 ‘고독한 군중’에서 근대 사회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성격을 지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아스 카네티는 자신의 역저 ‘군중과 권력’ 첫 문장에서 “모르는 것에 의한 접촉보다 인간이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접촉에 대한 혐오감은 우리가 사람들 사이를 걸어갈 때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 곁에 아주 가까이 서서 그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을 때조차도 우리는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려한다”며 군중 속의 ‘접촉 공포’까지도 두렵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 ‘몰카 공포’ 등 온갖 사회적 범죄가 난무하는 무서운 세상에서 군중 속의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이끌어 관중으로 변환시켜 경기를 통해 사회의 건강성을 지켜주는 게 스포츠라는 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외롭고 쓸쓸한 군중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 관중이 될 때 ‘눈물의 꼬마’처럼 세상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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