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종교 존중 해줘야” vs “불교 우습게 생각”
때 아닌 ‘불교-기독교’간 종교 갈등 펼쳐져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교회 전도사로 일할 만큼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도 잘 알려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불교예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교-기독교간 종교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황 대표는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목탁 소리에 맞춰 고개를 60도 정도 숙이는 불교 예법인 ‘반배(半拜)’와 불교식 인사인 ‘합장’을 하지 않았다. 또 법요식 마지막 순서로, 불교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아기 부처를 씻기는 관불의식 역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지만, ‘손사래’를 치며 끝내 거절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이에 불교 매체들은 황 대표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웃종교에 와서는 그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도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은 존중한다”면서도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계종 종평위는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23일 “불순한 배경에 대해 우려를 금치 아니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한기총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승만 정부로부터 시작해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방적으로 불교를 지원해 온 게 사실”이라며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문화재 관리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일 년에 수천억씩 국가가 지원했고, 공원에 있는 불교의 사찰 입장료를 비롯한 많은 공적자금이 불교에 유입돼 들어간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은 ▲정당 대표가 종교행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는 점 ▲헌법에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를 철저히 보장한다는 점 ▲표를 가지고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권에 강력히 저항할 것 등을 강조했다.

황 대표의 합장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14일 취임 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만나기 위해 조계종 측 요구로 대웅전에서 참배는 했지만, 원행스님을 향해 서서 3번 반배와 합장 대신 악수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교계 언론의 노골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번 논란에 대해 아이디 01ar****는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인들끼리는 개개인의 종교 존중 해줘야한다”며 “스님이 교회가면 기도하고 아멘하냐”고 반문했다. engy****도 “나도 불교신자지만 개신교의 입장이 맞다”며 “황교안 대표는 불교 기념일을 축하해주러 온 거지 기도해주러 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디 강**은 “불교를 우습게 생각하니 이런 무례한 행동을 하는것”이라며 “다신 되풀이되지 않도록 파사현정 정신으로 대표사퇴와 사과를 요구해야 하고 한국당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은 “스님들이 맨 앞에 서 계신데 황 대표는 아예 합장도 안했다”며 “손목 한번 올리기가 그리도 힘들었냐? 그리도 예법을 몰랐냐”고 비난했다.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종교적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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