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7조 1항). 그리고 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명확하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문화 하고 있다. 공무원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거나 내통하고 있다면 이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닐뿐더러 그 정치도 후진국 행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미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이 고교 선배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유출한 것이다. 강 의원은 그 통화 내용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까지 특정 정당에 유출돼 정쟁의 도구가 되는 이 참담한 현실에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강효상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밝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정상 간의 대화나 통화 내용은 양측이 합의한 내용 외에는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로 ‘3급 국가기밀’로 보호하는 배경이다. 그것이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동시에 외교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이 두 나라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외부로 그것도 특정 정당에 흘린다면 이미 공직자로서의 기본을 스스로 짓밟은 셈이다. 우리 형법에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13조)”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가 해당 사안을 ‘외교기밀’이 유출된 심각한 사례로 보고 감찰에 나선 끝에 주미대사관 직원들의 휴대전화 조사 등을 통해 기밀누출 사실을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미 간의 내밀한 외교협상이나 통화 내용 등이 그대로 특정 정당의 손으로 흘러 갈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동시에 이 외교관의 기밀누출 행태가 이번뿐이겠으며, 혹여 다른 지역의 외교관 등은 없는가 하는 의심마저 지울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강효상 의원과 주미대사관 외교관의 은밀한 관계와 그 실태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아닐 것이며 공무원이 무슨 짓을 하든 대충 넘어간다면 어찌 ‘법치’를 말 할 수 있겠는가. 날만 새면 정쟁으로 하루가 다 가는 우리 정치판에 일부 외교관들마저 그 정쟁에 끼어들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다 못해 참담하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은 물론 국격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강효상 의원과 해당 외교관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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