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규모가 사상 처음 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500억원 안팎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5년 2444억원, 2016년 1924억원, 2017년 2431억원으로 매년 20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올해 피해액이 6000억원을 넘어서면 예년 대비 피해규모가 3배 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신규대출이나 저금리 전환대출이 가능하다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체의 70%에 이른다.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범죄 유형은 날로 기상천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 계좌로 돈을 빼돌린 뒤 잘 못 보냈다면서 인출해가는 삼각인출 기법까지 생겼다. 돈을 돌려준 사람은 본의 아니게 공범이 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이스피싱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원인을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로는 중국이 대대적인 보이스피싱 단속을 벌인 이후 잡혀 들어갔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풀려나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둘째로는 개인정보와 신용정보의 유출·거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해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2금융권 대출자들을 표적으로 노리면서 성공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포폰 개설이 손쉽게 이뤄지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선불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뜰폰은 개인이 수십개의 번호를 개통할 수 있을 만큼 감독의 사각지대다.

심각성에 비해 당국의 대책은 너무 소극적이다. 금감원은 IBK기업은행, SKT 등과 보이스피싱 여부를 알아내는 인공지능 앱개발을 한다지만 시점도 불명확하다. 보이스피싱은 사회 안전망을 파괴하는 악성범죄다. 피해자 상당수는 헤어날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선포를 더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절책과 대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