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정치세력화가 또 도마에 올랐다. 한기총이 정권 비호를 위해 출범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태생 비화(秘話)다. 한기총의 주축인 보수 장로교는 일제 때는 ‘신사참배’로 십계명의 제1계명을 범했다. 해방 후에는 삼선개헌 지지, 5공화국 군사정권 지지 등 정권의 우군역할을 하며 세를 유지했다. 한기총이 정권에 고개를 숙인만큼 권력은 뒷배로 작용했다. 씨는 못 속이는 탓에 세월이 흘러도 한기총은 권력에 대한 환상을 못 버리는 듯싶다.

최근 한기총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공개적으로 한기총의 정치개입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중에 MBC 탐사기획 보도 ‘스트레이트’가 20일 방영분 ‘목사님은 유세 중’편을 통해 정치세력화하는 한기총(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을 꼬집었다. 제작진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와 전 목사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3월 20일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후 한기총을 방문하면서 포착됐다.

개신교단연합기구인 한기총과 특정정당의 유착은 정교분리 원칙을 벗어난 반헌법적 행보다. 분명한 일탈(逸脫)이지만 태생부터 정교유착 행보를 지속한 탓에 한기총 소속 목회자들은 정교유착을 일탈이 아닌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은 달라졌다. 교인들의 피같은 헌금을 복음화가 아닌 권력화를 위해 쏟아 붓는 한기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교계단체는 성명을 통해 “활보하면 할수록, 언행을 더하면 더할수록, 한기총은 사라지는 게 한국교회를 위해 유익하다”면서 한기총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정당과 한기총의 끈끈한 공생관계가 그간 상호 간에는 득이 됐는지 모르나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치명적인 독(毒)으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물론 개신교단 내부에서도 부패한 목회자들로 구성된 한기총이 사회 지도와 교정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을 안다. 교단연합기구라는 타이틀로 철밥통을 지키고 있지만 정작 수신(修身)조차 못하는 한기총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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