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드론이 하늘을 날듯이 곧 자가용이 하늘을 날아다닐 기세다.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활보하고 인공지능(AI)이 우리 삶의 일부분인 세상이 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컴퓨터를 접한 세대가 아니라면 따라가기 벅차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모든 세상이 광속도로 변하는 느낌이다. 미래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가 자문기구로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했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초가속’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소통·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미래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자칫 미래교육에 올인 할까 불안하다.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교육이 자칫 IT기술 위주로 교과목이 재편되며 기본교육이 줄어들까 우려된다. 책상에 앉아서 읽고 쓰고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연습이 미래 교육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선진국 교육도 읽고 쓰는 기본 교육에 충실 하려는 경향이 많다. 소통·창의·융합형 인재는 미래교육으로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본개념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토론, 발표 수업을 한다고 창의형 인재가 되지 않는다. 수십 권의 전문서적을 읽은 후 토론을 하는 대학생과 초중고 학생을 동일시해선 무리가 따른다. 기초 지식이 없는 토론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서당 교육이 끝난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서당 교육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은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9세기에 고안된 형태의 교실에서, 20세기에 태어난 교사들이,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교육이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 전문직 입성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니 변하기 어렵다.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책보다 영상에 관심이 많아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대부분이 영상, 짤, 게임의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독서도 유튜버가 책을 요약해서 줄거리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며 단편적인 지식만 습득한다. 독서를 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 마저 귀찮아한다. 독서를 하지 않으니 어휘력이 부족해 시험문제를 해석조차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소통·창의·융합형 인재 교육은 불가능하다.

기본을 잘 갖춰야 응용력이 나오고 창의력도 발휘된다. 기본을 모르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학교에 와서 1시간이라도 수업을 해본 후 미래교육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교사의 역할을 쉽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수업을 해보면 성인군자라도 혀를 내두르며 돌아서는 게 현재 학교의 현실이다. 어른들의 온갖 추악한 행태가 뉴스를 도배하는 탓에 학교만 주체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지금 시대는 너무 어렵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휴머니즘이 줄어드는 미래의 교육은 오히려 인성, 공중도덕, 준법정신, 배려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의식 등을 철학, 인문학, 도덕 등의 기본교육을 강화해 가르쳐야 한다.

주입식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폄훼하는 것은 곤란하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는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를 거친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가장 낮다. 자유학기제니 혁신학교니 하며 놀이 중심, 체험 중심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교가 놀자판이 됐다. 인류가 수천 년 축적해 온 기본지식은 주입식 교육으로 암기를 해야 한다. 단순암기처럼 느껴지는 지식들이 축적이 돼야 새로운 발명, 발견이 나온다. 60~70년대 주입식 교육이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인재를 만들었다. 주입식 교육과 시험을 통해 기초 학력을 올려야 하는데 학업부담을 줄여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이상향만 주장해 학교가 무너졌다. 결국 학교는 자는 곳, 노는 곳, 친구 만나는 곳, 졸업장 따는 곳쯤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공부는 사교육으로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학교에서 기초학력과 보편적인 가치만 제대로 가르치면 나머지는 스스로 터득하고 배울 수 있다. 더 이상 학교가 실험실이 되고 학생이 마루타가 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래교육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평생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직업이 존재하는 국가와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노동의 가치를 신성하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 돼 직업 간 불균형이 해소 돼야 다양한 미래 교육이 가능하다. 진정한 미래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행복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는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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