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내신위주 학종·수시 제도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내신위주 학종·수시 제도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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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이번 주는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중간고사 기간이다. 초등학교 무시험, 중학교 자유학년제를 거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상대평가를 치르는 첫 시험이다. 자신의 실력이 학교에서, 학급에서 몇 등인지 나오는 시험이라 학생들의 긴장도가 남다르다. 예전에는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안 봐도 중학교에 올라와 첫 시험을 보니 아이들의 수준을 부모가 일찍 알고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중학교도 자유학년제로 제대로 된 시험을 보지 않으니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뒤늦게 실력을 깨닫고 부모나 아이가 뒤처진 실력을 보충하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현행 입시제도하의 고등학교 교육은 학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신, 학종, 수시, 논술, 수행평가까지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다. 수행 과제와 시험이 겹치면 새벽 3~4시까지 잠을 못 잔다. 옆에서 힘들어 하는 친구의 아픔을 감싸 주고 도와서 일으켜줄 여유조차 없다. 전쟁터에서 패잔병이 각자 살아남아 부대로 복귀하듯이 학생들도 각자도생해 대학에 합격해 만나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가 전쟁터고 지옥 같다. 교복이라는 갑옷을 입고 전쟁터에 나서는 기분이다. 교실에 친구는 없고 적만 가득하다.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죽기 일보 직전이다. 우정을 쌓아야 할 친구들과 1등급이라도 더 높게 받기 위해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정시가 수능점수로 줄 세우기라면 수시는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 등 줄 세우기 종류가 많아 아이들이 더 힘들다”고 한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수시·학종 제도가 오히려 ‘내신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내신 성적 외에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독서 등 비교과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한 과목도 소홀히 할 수 없어 학기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 대입제도가 복잡할수록 사교육업체 배만 불린다. 내신 경쟁에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으니 우정이 존재할리 없고 교실이, 우리 아이들이 망가져 가고 있다. 아이들이 수상실적, 동아리, 수행에 매달리며 힘들어하니 부모들도 안쓰러워 죽을 맛이다. 교사에게 잘 보여 학생부에 특기사항 한 줄이라도 남기려고 각종 활동을 억지로 만들어야 해 가족끼리 추억을 쌓는 것을 원천봉쇄한다. 대접 받을 수 있는 학종 제도를 교사들이 양보하지 않는 이유다.

수능시험으로 대학을 가던 시절의 고등학생들은 1학년 때 공부 안하고 놀아도 괜찮았다. 2, 3학년에 정신 차려 공부해도 따라잡기가 가능했다. 필자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공고에 진학해 1,2학년 내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야간실습까지 해야 해 대학공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자격증을 딴 후 돌아보니 2년의 시간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지나갔다.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3학년 1년간 하루 3시간 자며 공부해 국립 사범대에 합격했다. 지금 대학입시 제도 하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번 망쳐버린 내신이 주홍글씨가 되어 따라 다니니 뒤늦게 철들어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처럼 어렵다.

교육청은 서술형을 포함한 수행평가 비중을 50%까지 높이라고 계속 주문한다. 수행점수 비중이 높아져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의 신뢰성에 아이들이 반발하니 학급 투표로 친구의 수행점수를 평가하는 과목도 등장했다. 학원이나 사교육 도움 없이는 학생 혼자서 준비하기 너무 벅차 부모들은 사교육비에 집안이 거덜 날 정도다. 내신 한번 망치면 30%도 안 되는 정시를 겨냥해야 하고 이마저 안 되면 재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수능위주 선발을 한다고 공교육이 붕괴되지 않는다. 내신 점수에 대한 부담을 줄여 우정도 쌓고 여행도 하며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게 해야 한다.

3년 내내 내신과 거짓 자소서, 학종에 매달리다 대학에 진학하니 우수한 인력이 나올 수 없다. 대대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교육에 새 바람을 도입하겠다며 도입한 학종이 오히려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학벌에 따라 직업이 정해지고, 삶이 정해지는 우리 사회 시스템과 공부 못하면 낙오자, 패배자로 인식하는 한국의 학벌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 다양한 직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블라인드 평가 같이 능력위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지만 공정치 못한 방법으로 편법을 쓰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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