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학에서 목표성취수준의 2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한 기초학력미달 중학생이 11.1%로 전년 대비 4.0% 증가 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지만 수포자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다. 수학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의 비율이 다른 과목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다. 수포자 증가 원인은 한가지로 단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나라 수학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난이도라고 한다. 수학을 배워야 하는 논리적, 합리적 사고를 길러주는 학문적 의미 차원에서도 현재 학교 수학은 너무 어렵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수학문제를 풀라면 어렵다며 고개를 젓는다. 고교 시절까지는 난이도를 조절해서 많은 학생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고난이도 수학은 대학의 꼭 필요한 학과에서 배우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수학을 직장에서 사용하며 사는 인구의 비율은 1/10도 되지 않는데 전 학생이 수학에 매달려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학생 인권, 배울 권리 등의 이유로 수준별 수업을 하지 못하는 학교 수업도 원인이다. 아이가 상반에 들지 못할 경우 체면이 상한다고 생각해 민원을 넣으며 항의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수학실력과 상관없이 한 교실에 넣어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니 상위권 학생들은 재미없어 자고, 하위권 학생들은 포기하고 잔다. 한 학급에 학교 수업과 수준이 맞는 학생은 1/3 정도에 불과하니 학교 수업이 겉돈다.

수능 문제는 변별력 탓에 고난이도 킬러 문제가 나오니 학교 수업은 패스하고 킬러문항을 가르쳐주는 학원 수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도 원인이다. 학원은 등록할 때 시험을 보고 수준에 맞는 반에 배정 돼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아무리 공교육 수준이 높아져도 사교육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업, 더 높은 자리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이 우선이 되고 학원이 보조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학생은 자기주도 학습이 안 되는 이유가 크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며 예습, 복습만 잘하면 학원 갈 필요 없다. 어릴 적부터 부모 손에 이끌려 학원에만 의지해 공부하다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대학에 입학해서도 학원을 찾는 학생이 많다. 학창시절 내내 수학 1등급이었던 학생은 수학을 잘하는 비결로 안 풀리는 문제는 포기하지 말고 몇 시간, 며칠이 걸리더라도 풀이 방법을 혼자서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킬러 문항에 대한 응용력이 생겨 자신감이 생긴다.

수포자로 대변되는 지금의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증가는 학교의 수업방식이나 교사의 질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도 수시 77%, 정시 23%로 30%가 채 안 된다. 수능위주 정시를 30%가 되지 않게 축소하고 학종과 수시가 70%에 달하니 학생들이 공부보다는 각종 활동에 매달린다. 혼자서 준비하기 벅차니 사교육 종류가 더 많아졌다. 교사도 학생의 활동 뒤치다꺼리가 주 업무가 됐다. 교사가 수업 대신 발표와 토론 수업하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진도만 나가니 아이들도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학종과 혁신교육이 공교육 붕괴의 가장 주된 원인이다.

아이들은 하루 중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학창시절을 교실 속 책상에만 앉아서 아무런 추억 없이 보내도록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애처롭다. 친구와 우정을 쌓으며 더불어 사는 세상의 참 맛을 느끼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교권의 추락으로 인성 교육은 아예 사라졌고 수업도 필요 없어 학교 자체가 의미 없는 존재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사고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탁아소로 전락할지 모른다. 지금의 학교 붕괴는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학교,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붕괴된 학교와 추락한 교권 아래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회성과 인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이 사회의 주축이 되면 국가 경쟁력마저 하락한다.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시급히 찾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투자되는 교육비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로 돌아온다. 교육만큼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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