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낙태죄 폐지 세상,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컬처세상] 낙태죄 폐지 세상,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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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한 취업포털 회사에서 실시한 낙태죄 폐지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를 금지한 형법 조항은 내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전면 폐지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외신기자들이 보는 시각도 흥미롭다. 미국 US뉴스 기자는 “한국은 여전히 낙태를 처벌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이번 판결은 여성운동가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정”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네덜란드 드 폭스크란트 기자는 “여성 인권측면에서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여성들의 선택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인지했고 한국사회의 보수성을 고려했을 때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이번 한국의 낙태죄 폐지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들을 내놓았다.

이미 미국은 40년 전 낙태 합법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낙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대표적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 역시 세대가 바뀌고 젊은이들의 생각이 이전보다 확실히 진보 성향을 띄면서 태아 생명권을 우선시하는 오래된 철학이 깨어지며 태아의 생명보다는 여성 자신이 현재 처한 처지, 양육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경제적 상황, 가족계획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가치와 왜 여자만 출산을 책임져야 하냐는 성평등 이데올로기 시대를 우리는 이미 겪고 있다.

지난해 보수 가톨릭국가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 합법화를 취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OECD 국가 중 한국과 이스라엘 등 5개국만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 이념을 떠나 남녀가 벌인 임신이라는 결과에 대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여성만 해결해야 하는 불평등한 현실과 남성은 뒤에서 팔짱끼고 지켜보는 현실을 바꿔야만 한다는 목소리로 들린다.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나온 폐지 결정이지만, 한국사회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 직면할 것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면서 낙태수술도 마치 성형수술 하듯이 쉽게 임신중절을 할 수도 있으며, 20대 여성에서 10대까지 낙태수술이 확대될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약 17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진다. 필자가 생각하는 연간 낙태수술은 그 이상이다. 성에 대한 인식이 자유로워지고 청소년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여중고생들, 대학생들 사이 음성적으로 행하는 낙태수술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미 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낙태수술을 허용은 하되, 병원에서의 무분별한 낙태시술이 아닌 아일랜드 같이 임신 9주까지는 지역 보건소 등 1차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하고, 9주 이후부터는 일반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낙태죄 폐지를 시행하기 전에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이 먼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1020대 여성들이 병원을 찾아 낙태를 할지도 미지수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정부부처에서의 낙태허용에 대한 사회적 준비와 시스템 정착이다. 지금의 한국의 성교육 실태를 체크하고 피임법, 낙태과정을 통해 얼마나 몸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지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계화 된 조기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미 낙태죄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낙태죄 폐지로 인해 불어닥칠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학교에서 충분한 성교육과 낙태의 위험성,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철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을 시행하지 않는 이상 분명한 혼선이 사회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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