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결백 주장한 박유천의 추락, 아직 숨어있는 마약 복용자를 찾아라
[컬처세상] 결백 주장한 박유천의 추락, 아직 숨어있는 마약 복용자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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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저는 마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이쯤 되면 반신반의하던 박유천의 팬들이나 일반인들도 그를 순간만큼은 믿었다.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까지 스스로가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연예인에게 대중은 조금은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류스타 박유천은 추후 뻔히 들통 날 것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본인의 연기에 언론과 대중이 속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이돌 출신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무려 12편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로서 10여분간의 눈물 섞인 기자회견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기 관리에 능하지 못했던 박유천은 3년 전에도 4명의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상대 여성을 무고죄로 맞고소해 오랜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로 먹고사는 그에게는 큰 타격을 안겼다. 이어 터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며, 결국 둘 다 마약으로 쇠고랑을 차고 차디찬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궁금해 한다. 왜 박유천은 먼저 방어막을 치는 무색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결백을 주장했던 것일까. 경찰 출석에 앞서 제모를 했다는 사유부터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떳떳하다면서 왜 제모를 하고 마약 투약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을 활용했던 것일까.

올해 1월 물뽕 등 마약이 유통됐다는 버닝썬 클럽을 필두로 현대그룹 손자, SK그룹 손자, 황하나 등 대기업 3세들마저 마약에 손을 대면서 더 이상 한국은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재벌 3세들, 부유층 자녀들이 연예인들과 어울리며 마약을 즐겼는지, 심도 깊은 마약수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사람들은 내다보고 있다. 마약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이제야 심각성을 인식한 검찰과 경찰이 마약수사 전담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조직 개편작업에 나서고 있다. 박유천이 마약을 산 수법만 보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진행된 집중단속을 통해 구속된 마약사범만 1년 전보다 84% 늘었다. 하지만, 마약전담 수사인력은 태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내년부터 경찰청 마약조직범죄계를 마약조직범죄과로 격상하고 현재 17개 지방경찰청에 편성된 마약수사대 인력도 150명에서 250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SNS를 통해 연예계로 퍼진 마약은 연예인, 부유층 자녀들뿐만 아니라 취업을 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미취업자들 혹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젊은 세대들의 생활에 깊숙이 퍼져가며 국가적 병폐로 확대되고 있다.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웠다고 진술한 박유천은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보다 그를 믿고 따랐던 많은 팬들이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더 신경써야했다.

마약 전문가들은 1970년대 부산을 시작으로 필로폰 황금기였던 그때 그 시절 ‘마약 붐’이 다시 한국사회를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중국이 마약사범을 사형까지 시키는 등 엄벌을 내리는 상황 속에서 필로폰 제조가 북한을 경유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버닝썬의 물뽕부터 다시 사람들 입에서 마약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면서 마약은 남의 나라 이야기,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 부족 등 다양한 핑계와 선입견으로 국민의 관심 밖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될 만큼 그 불씨가 너무 커져버렸다. 마약 전문가들은 뒷짐지고 지켜만 보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마약 중독치료 교육과 더불어 마약 예방 캠페인, 마약 대책을 미리 강구했어야 했지만, 한국마약협회에 업무를 일임한 보건복지부는 재중독 방지를 위한 이론만 기획할 뿐 한국사회 속에서 마약이 얼마만큼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지, 유통되고 있는 지, 아직 숨어있는 마약 복용자를 찾는 것 조차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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