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영화 우상, 우리가 숭배하는 우상은 무엇인가
[컬처세상] 영화 우상, 우리가 숭배하는 우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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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 평론가

이수진 감독의 영화 ‘우상’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됐다. 영화 등장인물에는 딱 임자가 있다는 생각과 그 임자에게 맞는 배우가 연기해야 더욱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승화한다. 또 다른 생각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이 숭배하거나 쫒는 우상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여기서 종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의 우상은 각기 다르게 그려진다. 구명회는 아들이 뺑소니 사고를 친 뒤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지만 도지사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한다. 유중식은 자신이 끔찍이 사랑하는 아들의 사망 뒤 숨겨진 진실을 찾아 헤맨다. 사고의 비밀을 둘러싸고 사라진 최련화는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살해한다. 플롯을 이끄는 이들 세 명의 캐릭터는 저마다의 명백한 우상을 위해 2시간 넘는 인생의 퍼즐조각을 맞춰간다. 명회에게 우상은 누구보다도 도지사 야망과 꿈을 실현해가는 자기 자신이었으며 중식에게 우상은 그저 하나뿐인 정신지체아 아들이었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두려운 련화에게 우상은 생존이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키고 추구하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 영화 우상은 상업적 테두리를 갖췄지만, 그 알맹이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확실한 메시지가 존재한다.

대사보다는 선과 악의 사회적 시스템, 미장센과 등장인물의 표정, 누아르풍의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영화 속 내내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고 계속된 질문들을 던지게 만든다. 이들이 뒤쫓는 우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도 그렇고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가 바라고 생각하는 꿈이나 신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한석규가 연기한 구명회는 매우 차가운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 국민이 요즘 느끼는 한국 정치인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중식이라는 인물은 자식에 대해 깊고 깊은 슬픔의 심연을 창조해낸 캐릭터이다. 구명회는 점차 커져 나가는 이야기를 앞으로 이끄는 인물인 반면, 중식은 어떤 상황들에 계속 부딪혀 결국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물이다. 련화는 한없이 약한 처지와 이미지이지만, 뒤틀리면 상대를 죽이고 위협하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로 승화됐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아무도 예상치 못하고 사라졌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련화이다. 련화는 어쩌면 우리 사회 속에서 입에 풀칠하기 힘들고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항하고 어떤 이상을 꿈꾸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을 묘사했다. 련화는 우상을 쫒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우상이 되고 싶어 하는 구명회와는 100% 상반된 캐릭터다. 최련화 역의 천우희는 곡성의 무명보다 더 강렬하고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그저 살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자신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죽음의 형벌을 내린다. 그러나 때로는 관객들에게 무섭기보다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살벌한 캐릭터로 구축된다.

이 영화는 어떠한 웃음이나 드라마적인 요소를 바라는 관객들보다는 캐릭터간의 격렬한 충돌, 유기적인 스토리텔링과 끝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차갑고 긴박한 전개를 희망하는 관객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영화 우상의 마지막 씬은 강렬하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구명회는 많은 청중들 앞에서 이해하기 힘든 언어로 연설하며 청중은 무조건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메시지가 무엇이든지 간에 영화제목 ‘우상’처럼 맹목적인 숭배를 엿보는 대목이다. 일단 우상화되면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대중은 열광하고 지지한다. ‘일단 유명해져라.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말이다. 세명의 캐릭터는 출발점은 같았지만 각자 다른 마침표를 찍었다. 관객 모두 공통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도 무언가 개운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뻥 뚫린 듯한 느낌말이다. 내게 우상은 무엇일까. 이제 관객들이 곰곰이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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