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버닝썬 클럽 비리를 최초로 폭로한 김상교씨의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클럽과 경찰 유착 의혹으로 뒤를 봐줬거나 뇌물을 수수한 현직 경찰관 6명이 입건됐으며, ‘경찰총장’으로 톡방에서 불렸던 윤규근 총경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한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이 났다.

경찰과 버닝썬클럽과의 유착관계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지만, 결론적으로 무혐의 혹은 입건 정도의 약한 처벌로 수사는 초점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박유천의 구속으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던 마약 스캔들은 최근 방영됐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스포트라이트’의 황하나 마약리스트에 또다시 방아쇠를 당기며 수사에 탄력을 더하게 됐다. 방송에서 한 제보자는 황하나의 ‘하파(하우스파티)’에 대해 언급하며 황하나는 평소 잘 사는 집안 친구들, 연예인들, 클럽 관계자들과 어울려 다니며 마약을 하고 서로 성관계를 하는 ‘하파’까지 즐겼다고 폭로했다. 폭로자는 황하나와 지인들의 ‘하파’는 환각파티로 주로 한남동, 청담동, 역삼동 등 유명 고급빌라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제보자는 “이들은 친구 집에 가는 경우도 있고 돈을 모아 약을 구한 뒤 남자애들을 불러 놀기도 하고 그랬다”며 “황씨는 대부분 공짜였다. 예쁜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오빠들한테 소개도 해주면서 같이 약을 했다”고 증언했다. 황하나에 대한 제보들은 줄을 잇고 있다. 더욱 기막힌 것은 황하나가 버닝썬에서 알아주는 VIP였으며, 일명 ‘브로커’로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쓰고 클럽에 왔으며 승리,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친분을 유지하며 VIP 테이블에서 자주 놀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철이 들지 않은 황하나는 경찰의 수사를 피해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폐쇄병동에서 아버지 파워를 과시하며, 재력과 인맥을 자랑했다고 하니 초등생이 웃을 일이다. 어쩌면 최근 마약으로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 재벌 3세들의 전형적인 샘플로 보여지며, 이런 이들 때문에 기업 이미지는 국민에게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연예인이 아니지만 연예인보다 더 대우받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황하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재력을 자랑하며 명품 쇼핑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게재했고, 자신이 구매한 제품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다녔다. SNS와 클럽을 통해 연예계로 퍼진 마약은 재벌 3세, 연예인, 부유층 자녀들뿐 아니라 일반 2030세대들에게도 미치며 사회 깊숙한 곳까지 퍼져가고 있다.

이번에 대표적으로 ‘재수 없게’ 걸린 황하나는 지난 2015년에도 걸렸지만, 경찰의 봐주기 수사로 소환조차 되지 않았으며, 2017년 6월에야 황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황씨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버닝썬 게이트가 일파만파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에서조차 주목하기 시작했고, 봐주기 수사를 해왔던 경찰 역시 국민의 눈치를 보며 이번만큼은 황하나를 풀어주지 않았다. 마약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버닝썬클럽에서 근무했던 임원이나 MD들은 자신들이 관리했던 VIP리스트를 통해 누가 황하나와 마약을 했고, 어떤 팀이 종종 클럽 안에서 ‘물뽕’을 해대고 연달아 마약을 복용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방송에서 보여줬던 철없는 황하나의 목소리 “언니, 솔직히 사람이 스트레스 받으면 잠 안 올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불면증 있으면 스틸록스 같은 거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같은 멘트를 봐서는 마약 복용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 없어 보인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황하나 ‘마약리스트’가 빨리 밝혀져야 한다. 그 안에는 연예인, 또 다른 재벌3세, 부유층 자제, 젊은 사업가, 버닝썬 관계자들 이름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경찰은 마약리스트 조사와 지체되지 않는 체포로 유착관계, 봐주기수사라는 꼬리표를 잘라내고 다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제2의 윤규근 총경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에게 경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믿고 지지를 받을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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