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방탄소년단과 국회의원
[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방탄소년단과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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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방탄소년단(BTS)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1년 동안 연속 발매한 세 개의 앨범을 빌보드 200의 1위에 올려놓은 21세기 최초의 가수가 됐다. 1년 안에 석 장의 앨범을 잇따라 1위에 올린 그룹은 영국의 전설 비틀스 이후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빌보드, 하면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기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한류 열풍 덕분에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 등에 관한 관심도 높다. 특히 한류 스타들의 군 입대 문제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크다. 미국 CBS 선데이 모닝에서도 방탄소년단과 인터뷰 하면서 군대에 관한 질문을 빠트리지 않았다. 팀의 맏형인 진 씨는, 입대는 한국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언젠가 나라의 부름을 받으면 달려가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멋진 대한민국 청년들이란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느닷없이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어느 국회의원이 이들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발언을 한 국회의원이 결국 팬들이 병역특례를 요청한 적이 없고, 병역특례의 불공정성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여론이 수그러들었다. 이 국회의원은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공연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런 걸 두고 오지랖 넓다고 하는 것이다. 대중적인 관심이 크거나 화제가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카메라에 잘 잡히고 사람들 눈에 뜨일만한 곳이면 귀신같이 같이 알고 달려간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저 지구 반대편 칠레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한류 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 가서 방탄소년단처럼 멋진 아이돌 그룹이 되고 싶다는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 비록 허황된 꿈일지언정, 그들이 방탄소년단을 통해 그려보는 대한한국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순식간에 번져간 국회의원들의 싸움질 하는 모습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만들어졌던 대한민국과는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방탄소년단과 한류 스타들이 힘들게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위상과 근사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외신들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하고도 해괴한 장면을 스포츠 중계 하듯 내보내며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며 한류스타의 꿈을 키우던 먼 나라의 아이들도 이 꼴을 보았다면 분명 충격 받고 실망하였을 것이다.

힘들게 성취해 놓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사진을 찍으며 그것이 마치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번에는 직접 나서서 세계적인 퍼포먼스를 벌였다. 누가 보아도 놀라 자빠질만한, 세상 어디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무대를 연출했다. 젊은 청춘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동안 어른들이 온 세계에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다. 정치가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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