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무거운 짐 지고 수고하는 아버지들
[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무거운 짐 지고 수고하는 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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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너무 앞만 보며 살아 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위에서 짓눌러도 티 낼 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 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 한다~~’

한류 열풍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던 싸이의 ‘아버지’라는 노래다. 사업 하는 아버지의 뜻을 좇아 미국으로 경영학을 공부하러 갔지만 결국 가수의 길로 돌아서는 바람에 아버지를 무척 실망시켰다는 싸이. 말 안 듣는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해 두들겨 패기까지 했다는 아버지였지만 아들이 만든 이 노래를 듣고는 마음이 풀어졌다는, 그런 소문이 있는 노래다.

아버지와 아들은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는지, 그 관계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들다.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와 아들들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다. 내 아버지 같은 권위적인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던 아버지가, 결국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또 그런 아버지가 되고, 그러다 아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 어느새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눈을 부라리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는 숙명처럼 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아내로부터도 눈 밖으로 밀려난다.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이름을 걸고 돈을 벌러 나가고, 비록 그 버는 돈이 보잘 것 없어 이까짓 게 뭐냐고 아내로부터 핀잔을 들을망정,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이름을 걸고 또 돈 벌러 나간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아버지도 아니다. 그런 게 아버지이고, 아버지의 운명이 그러하다. 돈을 벌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 바로 아버지다. 아내도, 자식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아버지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이빨 빠진 사자가 무리에서 쫓겨나 들판을 헤매다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 열심히 아버지로 살다 쫓겨난 사자처럼 쓸쓸하게 살아가는 남자들이 많다. 통계에 따르면, 가족 없이 홀로 살다 죽는, 무연고 중장년 사망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 숫자로 치면 여성들보다 무려 열 배 가까이나 된다. 여성들은 어려우면 어렵다 도와 달라 할 줄 알고, 소통을 하면서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반면 남자들은 그렇지 못해서 그렇다.

남자들이 길을 묻지 않는 것은, 길을 모르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길을 모르면 바로 물어 길을 찾아간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지금의 수많은 아버지들도 몰라도 아는 척,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하면서 산다. 그러다 사회에서 밀려나고 집안에서도 아버지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면 바로 고개 숙인 남자가 되고 만다. 곧 죽어도 자존심이 있어 도와 달라 소리 못하고, 혹시 도와 달라 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나 두려운 나머지, 홀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버이날에도 무거운 짐 지고 수고해야 하는 게, 아버지다. 아버지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러니, 닥치고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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