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전경우의 문화 찔러보기]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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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 섬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이렇게 세 나라가 있다. 그 중 제주도의 세 배 크기인 브루나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불이 넘고 세금도 내지 않는 지상낙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명성에 맞지 않게 최근 이 나라에서 살벌한 소식이 들려왔다. 간통을 하면 돌을 던져 죽이고, 도둑질하면 손과 발을 잘라버리는 등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나라가 이슬람 국가인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미국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브루나이 왕실 소속 호텔 불매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바깥세상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브루나이는 이 정책을 바꿀 뜻이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복지 혜택 덕분에 안락하게 사는 그 나라 사람들 입장에선 죄 짓지 않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언론도 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는데, 할 말이 없지만 뭔가 이상하기는 하다. 국민들 죄 짓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잔혹하게 굴면서 정작 국왕과 왕실은 할 짓 못할 짓 다 하고 살고 있다. 왕권세습에다 수 백 개의 방이 딸린 호화 궁전에서 미녀들을 거느리고 호색을 일삼는 등 왕실의 추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브루나이는 석유 팔아 번 돈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나라인데, 석유 사업을 왕실이 다 쥐고 있고 그래서 국부의 전체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왕실과 소수의 특권층에 부가 편중돼 있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도 말이 8만 불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그만이지 인권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만, 어째 이 나라 권력층의 ‘내로남불’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재치도 느껴지지 않는 이 ‘내로남불’이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가기라도 하는 걸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내로남불’이란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주절거리는 바람에 국민들 짜증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 도토리 키 재기이고, 제 얼굴에 침 뱉기인데, 그들은 서로를 향해 얼굴을 붉히고 침을 튀기며 서로 ‘내로남불’ 하고 있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제 눈 속 들보가 제 눈을 가리고 있는데도 남의 눈 티끌은 왜 빼지 않느냐며 악다구니를 하고 있다. 같은 무리들이 한 통속으로 ‘내로남불’ 하고 있다.

아랫것들 감언이설에 홀라당 넘어가 발가벗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는 가엾은 임금처럼, 제가 벗은 줄도 모른 채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사나운 꼴들이 끊이지 않는다. 제발 좀 그러지 마시오, 라고 하면, 무슨 소리야 옛날에는 이보다 더 했어, 라며 험악한 표정을 짓기 일쑤다.

미국이라면 결사반대하는 사람이 제 자식 미국 유학 보내고, 자사고 외고 없애야 한다는 사람이 제 자식 그 학교 졸업시키고, 집값 잡겠다는 사람이 집 사 모으고, 노동자 권리 운운하던 사람이 제 자식 편법으로 취직시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잘 좀 해 달라고 올려 보내주었으면, 열심히 잘 하면 된다. 남 탓, 세상 탓, 제발 내로남불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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