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학생 장래희망 조사에서 교사는 인기 직업 1~2위 안에 늘 랭크된다. 반면 교대, 사대 경쟁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교대나 사대에 가도 교사로 임용된다는 보장이 점점 줄어들고 교사의 권위가 추락해 교사의 인기가 예년만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출산율 감소로 교사 정원이 줄고 있지만 정작 교대나 사대 정원은 줄지 않아 임용고사 경쟁률은 더 치열하다. 교대나 사대는 교사 양성을 위한 특화된 대학이다. 국가에서 주는 혜택도 많아 교대나 사대를 졸업하고 교사로 임용되지 못하거나 교사를 포기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교사 정원에 연동해 교대나 사대 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요즘 교사들에게 “자식에게 교사 직업을 권유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하고 “권유 하겠다”라는 대답을 듣기 쉽지 않다. 교사들은 하루하루가 마치 지뢰밭에 사는 기분이라고 한다. 가정교육의 부재로 언제,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30여명이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소음,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미세먼지, 우울증이 생겨 정신과를 찾을 정도인 감정노동, 교실에서 일어난 그 어떤 사고도 책임져 주지 않고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학교와 교육청 등 열악한 교사의 근무 환경은 암을 유발하는 특수 직업군으로 분류해야 할 정도다.

아이들이 교사 앞에서도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뾰족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 체벌은 절대 해서는 안 되지만 ‘주먹이 운다’는 표현이 와 닿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제 성질을 못 이긴 교사가 학생을 건들기라도 하면 원인을 제공한 학생의 행동은 상관없이 뉴스에 나오고 경찰서까지 들락날락 거려야 한다. 학생들의 무례함이 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하지만 교육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

학급에서 아이가 조금만 다투거나 다쳐도 교사 탓. 최선을 다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무한책임뿐이다. 학교가 어린이집마냥 보육 기관인줄 착각하고 교육이 아닌 돌봄만 기대한다. 무상급식, 무상 교복, 무상 교육까지 무상에 익숙해져 교사마저 복지부 공무원 취급하기 일쑤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에도 울려대는 학부모의 전화·문자·카톡으로 24시간이 근무라고 하소연 한다.

교사에게 막말을 하며 대들고 막장으로 치닫는 아이들 뒤에는 반드시 막장 학부모가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어른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책임이다. 힘이 좀 있는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어딜 감히 학부모에게?”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학부모가 벼슬인 세상이다. 이런 부모의 갑질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결국 인성이 바닥인 상류층이 되어 어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 소중한 내 자식을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에 가르치고 보호하고 훈육하는 사람이 교사다. 교사를 존중하고 우대해야 내 아이가 훌륭한 교육을 받는다.

교사들은 “권위는 고사하고 인권이라도 보장 받고 싶다”며 푸념 한다. 교사도 이젠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전문직의 하나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고 직업상 보호 받을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학창시절 1%의 모범생만 교사로 임용되는 임용고사 제도로는 지금 시대의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들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경력의 사람이 교사로 임용되는 방식으로의 개편도 고민해야 할 시대가 됐다.

그동안 교사란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근무하던 교사들이 대거 명퇴 대열에 합류한다. 심지어 임용 된지 5년 미만의 교사들도 “적성에 안 맞다. 아이들을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다”며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사명감 있는 교사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교사들만 남아 학교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 없이 교사를 하기란 불가능한 시대다. 단순히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교육 공무원이라서, 방학이 있어서, 야근이 없어서 교사를 지망 하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교사가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느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과 사랑을 주어야 하는지,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지 상상조차 힘들다. 5G 시대에 교사 스스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40년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학생이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상담하고 싶은 교사로 스스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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