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의 성학대 종식' 회원들과 성학대 희생자들이 지난 18일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개막한 성추문 방지를 위한 세계주교회의에서 신도들은 성추문에 대한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사제들의 성학대 종식' 회원들과 성학대 희생자들이 지난 18일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일 개막한 성추문 방지를 위한 세계주교회의에서 신도들은 성추문에 대한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로마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성폭력과  관련해 이러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선 교회 내 여성 성직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앨리스 맥더모트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달 23일 ‘여성 성직자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개재하며 이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맥더모트는 칼럼에서 교회의 여성 성직자 배제가 교회 내 성폭력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 성별을 고위층에서 배제하는 행위가 성직자들의 폭력을 위한 암묵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행 교회법을 보면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 교회법 1024조는 “세례받은 남자만이 서품(가톨릭에서 교회공직자를 임명하는 절차)을 유효하게 받는다”고 규정한다. 

그는 이 같은 차별이 교회 내 성폭력이 수면 위에 드러날 때도 명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과 아이들은 가톨릭 교회 남성 지도자들에게 더 가치 있고, 더 영향력 있고, 더 중요한 남성, 즉 자신들보다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청은 교회를 향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성폭력 폭로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190명의 가톨릭 고위 관계자를 불러 모아 아동 성 학대 대책 마련을 위한 전례 없는 특별회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맥더모트는 이번 교황청의 특별회의로는 교회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수년 동안 사과를 하고, 가해자들이 체포되거나 감옥에 갔지만, 이번 대처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회의를 연다고 해서 어떤 교회 성직자, 심지어 교황이라도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는 가톨릭 신자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맥더모트는 먼저 가톨릭교회가 여성 성직자를 허용해야만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간과 성 학대는 성적 요구나 외로움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것”이라며 “가톨릭교회의 일상화된 여성혐오는 여성과 아이들이 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여성 신자들은 필수적인 오류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교회가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고 본다”며 “그 오류는 바로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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