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바렝 추기경. (출처: 뉴시스)
바르바렝 추기경. (출처: 뉴시스)

피해자 성 유린 고백 듣고도 ‘은폐’
바르바랭 “교황께 사직서 제출한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자신의 관할 교구에서 과거 발생한 사제의 아동 성폭력 사건을 알고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의 최고위 로마 가톨릭 성직자인 추기경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 리옹 지방법원은 7일(현지시간)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필리프 바르바랭(68) 추기경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르 피가로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바르바랭은 1980∼1990년대 프랑스 리옹 교구에서 신부 베르나르 프레나가 소년 십수 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을 2014∼2015년에 인지하고도 이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피해자는 2014년 바르바랭 추기경을 찾아가 유년 시절 프레나 신부에게 당한 성폭력 사실을 털어놓고 다른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추기경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바르바랭의 혐의점에 대해 2016년에 내사를 진행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중단했었다. 그러나 프레나 신부로부터 유년시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결성한 단체 ‘파롤 리베레(자유로운 발언)’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해 바르바랭 추기경을 법정에 세웠다.

법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던 바르바랭 추기경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유죄 판결이 난 이상 추기경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추기경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했다. 그는 선고 공판 직후 기자회견에서 “직접 교황님을 뵙고 사의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성유린 가해자 프레나 신부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현재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프레이나 신부는 현재 73세로 이전 보이스카웃 그룹을 이끌며 수십 명의 남자 미성년 신도들을 성적으로 유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바르바랭 추기경이 은폐한 프레나 신부의 아동 성폭력 사건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신의 은총으로’로 각색돼 최근 개봉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