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 아동 성학대 혐의 성직자 명단 공개하는 제프 앤더슨 변호사(왼쪽)와 피해자 신디 예스코. (출처: 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 아동 성학대 혐의 성직자 명단 공개하는 제프 앤더슨 변호사(왼쪽)와 피해자 신디 예스코. (출처: 연합뉴스)

공개된 명단 대다수는 ‘사제’
“교회가 그간 사건 은폐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학대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가톨릭 성직자 395명의 신원이 공개됐다.

미네소타주에 기반을 둔 아동학대 전문 로펌 ‘제프 앤더슨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20일(현지시간) 시카고 대교구 포함 일리노이 주 6개 교구에서 아동 성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된 성직자 395명의 이름과 사진, 신원정보, 약력, 혐의 내용 등이 담긴 총 182쪽 분량의 보고서를 펴내고 회견을 열어 피해자 증언을 들었다고 시카고 선타임스와 연합뉴스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개된 명단에는 수녀와 부제, 교회학교 교사, 평신도 등도 포함돼있으나 대다수는 사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명단에는 작년 말 일리노이 가톨릭교회 측이 발표한 185명도 포함돼있었다. 당시 일리노이주 검찰은 자체 수사 내용을 토대로 아동 성학대에 연루된 성직자 수가 교회 측 발표보다 최소 500명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로펌 대표 앤더슨 변호사는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사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자료”라며 “그런데도 교회 지도부는 오랫동안 이렇게 많은 피해자 주장을 믿지 않았고, 범죄 혐의를 받는 성직자들과 연루된 이들의 신원을 비밀에 부치는 등 교회가 제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 집계 결과 가톨릭교회 안에서 아동 성학대 피해를 본 일리노이 주민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앤더슨 보고서에 오른 395명 가운데 교회 측이 혐의 개연성을 인정한 경우는 192명에 불과하다. 교회가 발표한 185명 보다 7명 더 늘어난 숫자다.

존 오말리 시카고 대교구 변호사는 교회 측 발표와 앤더슨 보고서 간 차이에 대해 “교회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례와 혐의가 제기되기 전 세상을 떠난 성직자의 이름은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기된 주장이 개연성을 얻기 전까지는 명예가 지켜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카고 대교구 측은 교회가 공개한 명단에 속하지 않은 이름 가운데 22명의 신원을 제공했다.

이들은 “이 가운데 2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나, 이미 해임됐다”면서 “다른 10명은 첫 고소·고발이 제기되기 전 세상을 떠났고, 또 다른 8명은 제기된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2명 가운데 1명은 범죄 대상이 미성년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마지막 1명은 1993년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전 신학생으로 파악됐다.

22명 가운데 단 1명만 현재 시카고 교회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교구 측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앤더슨 측은 아동 성학대 혐의가 제기된 성직자들을 앞으로도 지속해서 찾아내 명단을 업데이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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