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8로군 제후들과의 교전을 중지하고 낙양으로 돌아간 동탁은 조당에 중신들을 모아놓고 갑자기 도읍 천도를 발표했다. 그는 천도를 반대하던 양표와 황완, 순상의 벼슬을 파직해 버렸다. 회의를 파한 동탁이 수레를 타고 조당 문을 나설 때 상서 주비와 성문 교위 오경이 다가와 다시 천도 반대를 간했다.

“들으니 승상께서 장안으로 천도를 하신다고 하니 과연 그러하십니까? 그 일은 그만 두시는 것이 마땅할 것이오.”

동탁은 주비를 보자 왈칵 성이 났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원소를 살려 두었더니 오늘날 이 지경을 당하게 됐다. 너희들은 원소와 한당이다. 무사들은 저 두 사람을 끌어내 성 밖에서 참형에 처하도록 하라!”

무사들이 상서 주비와 성문 교위 오경의 등을 밀어 성 밖 형장으로 끌고 나가 참수를 했다. 동탁은 장안으로 천도하는 영을 즉시 반포해 이튿날부터 조정의 짐들을 당장 꾸리게 했다. 그러나 천도를 할 엄청난 비용이 조정에는 없었다. 재정을 맡은 관리가 동탁에게 말했다.

“조정에 천도할 비용이 턱 없이 부족해 행리를 꾸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자 동탁은 골머리가 아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유가 머리를 굴렸다.

“지금 조정에 재정이 열악해 천도할 비용이 없다하니 제가 꾀를 내겠습니다.”

동탁이 반색을 하며 이유에게 그 수를 물었다.

“낙양에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비밀히 영을 내려 부자들의 재산을 국가의 재산으로 적몰시켜 버리십시오. 그리고 8로군을 일으킨 원소의 문중을 모조리 죽여 버리시고 그들의 재산을 차압한다면 거만의 재산을 얻을 것입니다. 이 재물로 천도 비용을 충당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동탁은 손뼉을 치고 기뻐하며 곧 영을 내려 철갑을 입은 5천명의 병사를 풀어서 낙양 안의 부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니 부호의 수는 수천 집이나 됐다. 부잣집마다 기를 만들어 꽂고, 기에는 ‘반신 역당’이라 크게 쓴 후에 부자들을 성 밖으로 끌어내어 죽여 버리고 재산을 몽땅 빼앗아 버렸다.

그런 다음 동탁의 부하 이각과 곽사는 낙양의 백성 수백만명을 돼지 떼처럼 몰아 장안으로 나가게 했다. 백성들이 원망하고 잘 따르지 않자 일대(一隊)로 편성된 군졸들이 백성들을 짓눌러 죽이기 시작했다. 병들어 죽은 백성, 발병이 나서 걷지 못하는 어린 아이와 여자들을 매질하고 두들겨서 개천 구렁에 쓸어 넣어 죽인 자가 부지기수였다.

동탁의 군사들의 행패는 길을 가는 도중에 더욱 심했다. 백성들의 아내와 딸들을 강간하고 양식과 재물을 강탈하니 백성들의 호곡 소리는 천지를 진동했다.

동탁은 낙양을 떠나면서 다시 영을 내렸다.

“낙양성을 그대로 두고 가면 이적 행위가 될 것이다. 종묘와 궁궐에 불을 지르고 왕릉을 파헤쳐 금은보화를 꺼내라. 그대로 버려두면 8로군의 재물이 될 것이다.”

동탁의 영이 떨어지니 군사들은 황제와 황후들의 수백년 내려오는 능침을 파헤쳐 금은보물을 파내고 종묘와 황궁에 불을 지르니 화광은 충천해 낙양은 불바다가 되어 삽시간에 제국의 도시는 초토화가 돼버렸고, 무덤이란 무덤은 관민의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파헤쳐졌다.

동탁은 금은보화와 능라주단 좋은 물건을 수천 수레에 나누어 싣고, 천자와 후비를 협박해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향해 달아나니 2백년 도읍지는 불바다, 슬픔의 바다, 별루의 터, 그리고 초토, 폐허와 공도가 돼 버렸다.

그때 사수관을 지키고 있던 동탁의 장수 조잠은 동탁이 낙양을 버리고 장안으로 달아났다는 소식을 듣자 사수관을 열고 손견한테 항복했다. 손견은 군사를 몰아 사수관으로 들어가고, 현덕, 관우, 장비가 호로관으로 뛰어드니 모든 제후들도 뒤를 따랐다.

손견의 군대가 낙양을 향해 치달리니 화염은 충천하고 검은 연기는 땅에 가득 서려 돌았다. 가는 길 2, 3백리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끊어졌고, 닭과 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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