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손견은 동탁과 혼인을 주선하러 왔던 이각을 목숨을 부지해 쫓아 버렸다. 쫓겨 돌아온 이각한테서 동탁은 자신을 역적으로 칭하는 손견에게 화를 내며 사위 이유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유는 낙양을 버리고 장안에 도읍을 정하고 시중에 나도는 동요대로 하자고 제안하자 동요가 뭐냐고 동탁이 물었다.

“요즘 시중에 나도는 아이들 동요가 이렇습니다. ‘서편에 한 개 한(西頭-箇漢)/ 동쪽에도 한 개 한(東頭-箇漢)/ 사슴이 장안으로 들어가야만 난리가 아니 나네’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신이 생각해 보니, 서편에 한 개의 한이란 말은 고조께서 서편 장안에 도읍을 정하여 12제왕의 역사를 이룩하신 것을 노래한 것이요. 동쪽에도 한 개의 한이란 말은 광무제께서 동편 낙양에 동한을 건국하시어 역시 12제왕의 역사가 흘렀습니다. 사슴이 장안으로 들어가야만 난리가 아니 난다는 말은 천운이 승상께로 돌아와서 장안으로 천도를 하시면 모든 난리가 아니 난다는 뜻이라 생각이 됩니다.”

동탁은 천운이 자기한테로 돌아왔다는 이유의 말에 마음이 솔깃했다. “너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전혀 모를 뻔했구나.” 동탁은 말을 마치자 곧 여포에게 명을 내렸다. “대군을 휘동해 낙양으로 돌아가자.”

동탁과 여포는 8로 제후들을 공격하던 것을 중지하고 낙양으로 돌아가서 문무백관들을 조당에 모아놓고 의논했다. “동도 낙양은 수도로 정한 지 이백여년에 기수가 이미 쇠했다. 내가 천지를 살펴보니 왕기가 지금 장안에 있다. 나는 어가를 모시어 장안으로 도읍을 옮기려 하니 문무백관들은 천도할 준비를 서둘러라.”

도읍을 장안으로 옮긴다는 동탁의 말에 사도 벼슬을 한 양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준열히 말했다. “지금 장안은 폐허가 되다시피한 황무한 곳입니다. 까닭 없이 종묘와 황릉을 버리고 장안으로 천도를 한다면 백성들이 경동할 것입니다. 천하의 의심이 흔들리면 다시 편안하기는 지극히 어려울 것입니다.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다시 한 번 살피시옵소서.”

동탁은 버럭 소리를 질러 양표를 꾸짖었다. “네가 감히 국가의 대계를 막으려 하느냐?”

태위 황완이 일어섰다. “양 사도의 말이 옳습니다. 옛적에 왕망이 역적질을 할 때 장안을 전부 불살라 버려서 기와 조각이 폐허 위에 데굴데굴 구르는 황무한 곳일 뿐 아니라 백성들은 살 수가 없어서 모두 다 거지가 되어 이곳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지금 낙양의 만장 같은 궁궐과 집들을 버리고 황무한 땅으로 간다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닙니다.”

황완의 말에 얼굴이 벌게진 동탁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관동에 도적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서 천하가 어지러운 이때 장안에는 효산과 함곡관의 험한 요새가 있고 또한 농우가 가까워서 나무와 돌이며 기와와 벽돌 따위를 불일내로 구할 수 있고 몇 달 안 가서 궁궐을 지을 수 있으니 너희들은 다시는 잔말 마라!”

사도 순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간했다. “승상께서 만약 천도를 하신다면 백성들이 소동을 일으켜서 나라가 편안치 않을 것입니다. 깊이 생각하십시오.”

그 말에 동탁은 격노하며 대로했다. “나는 천하를 위하는 사람이다. 천하를 위하여 큰일을 하는 사람이 그만한 백성쯤을 교계하겠느냐?”

동탁은 그 날로 양표와 황완과 순상의 벼슬을 파직해 서민으로 만들어 버렸다.

회의를 파한 뒤에 동탁이 조당 문에서 수레를 몰아 나올 때 두 사람의 관원이 그 수레를 향하여 읍을 올렸다. 동탁이 바라보니 상서 주비와 성문 교위 오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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