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여포의 군사들을 깨뜨리기 위해 하내태수 왕광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갔으나 그는 되레 죽을 고비를 만나 겨우 목숨을 건져 진영으로 도망쳤고, 상당태수 장양의 부장 목순도 목숨을 잃었고, 북해태수 공융의 부장 무안국이 철퇴를 휘둘러 나갔으나 그 역시 어깨가 갈라져 겨우 목숨을 부지해 돌아왔다. 제후들이 회의를 열었다.

“여포는 영용이 무적하니 8로 군의 제후들이 다 함께 모인 후에 의논하는 것이 좋겠소. 만약 여포 한 사람만 산 채로 잡는다면 동탁을 베기는 손을 뒤집는 것보다 쉬울 일이라 생각하오.” 조조가 의견을 말하자 그때 병사 하나가 뛰어 들어와 여포가 또 다시 진영 앞에 나와서 싸움을 걸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

8로 군의 제후들이 일제히 말을 타고 나섰다. 그중에 공손찬은 분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여포란 자가 얼마나 용맹스럽기에 그러는가?”

큰소리로 외치며 창을 들고 말을 달려 여포를 겨누었다. 그러나 황건적을 쳐부수던 공손찬도 여포를 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몇 합을 싸우지 못해 공손찬은 밀리기 시작했다. 공손찬이 말을 채쳐 달아나니 여포는 적토마를 채찍해 뒤쫓았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였다. 빠르기가 바람을 앞섰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여포의 방천화극 날카로운 창끝이 막 공손찬의 등 뒤를 찌르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한 장수가 고리눈을 부릅뜨고 호랑이 수염을 거꾸로 뻗치면서 장팔사모창을 부여잡고 말을 달려 호통을 치며 나왔다. “이놈, 세 놈의 성을 가진 종놈의 새끼야! 닫지를 마라. 연인 장비가 여기 있다.”

벽력같은 고함 소리에 여포는 공손찬의 공격을 멈추고 장비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서로 부닥쳐 싸운 지 50여 합이 지나도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짐짓 용이 뒤엉키고 호랑이가 포효하며 다투는 듯하였다. 양편 진영의 군사들은 서로 적이면서도 두 영웅의 싸움에 갈채를 보내며 손뼉을 쳐 응원했다.

이 모양을 보고 있던 관운장이 82근짜리 청룡연월도를 들고 말을 달려 여포를 협공했다. 여포, 장비, 관우 세 필의 말은 정(丁)자 모양을 이루면서 서로 시살한 지 30여 합이 되어도 여포를 거꾸러뜨리지 못했다. 유현덕이 바라보다가 쌍고검을 들고 황갈기 말을 달려 옆을 뚫고 싸움을 도왔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여포를 가운데 에워싸고 주마등이 돌아가듯 찌르고, 치고, 막고, 피하며 싸웠다. 여포의 화사한 방천화극 한 자루는 관우의 청룡도, 장비의 사모창, 유비의 쌍고검을 번개같이 막아냈다. 쟁그렁거리며 칼과 창이 맞부딪는 소리가 흰 무지개를 그리며 일어났다. 8로 제후의 군사들은 어린 듯, 취한 듯 얼을 잃고 바라보았다. 

차츰 여포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팔이 아파서 창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여포는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그는 도망갈 궁리를 생각했다. 양편으로 쳐들어오는 관우의 청룡도와 장비의 장팔 사모창을 방천화극으로 휘둘러 막으면서 슬며시 몸을 들어 유현덕의 면상을 향해 불쑥 창끝을 밀었다. 현덕이 깜짝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 여포는 얼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방천화극을 거꾸로 잡고 적토마를 달려 진을 뚫고 달아나니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말을 채쳐 여포의 뒤를 쫓으며 8로의 군병들은 일제히 고함을 치면서 뒤를 따랐다. 산천은 흔들리고 천지는 진동했다. 

쫓겨 돌아간 여포는 더 싸울 맘이 없었다. 진을 거두어 동탁이 있는 호로관으로 달아나 버렸다. 현덕의 삼형제가 여포의 뒤를 쫓아 호로관에 당도하니 때마침 서풍이 불어 호로관 문루 위의 푸른 나산이 바람에 흩날렸다. 장비가 나산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저기 보이는 푸른 일산은 반드시 동탁이란 놈이 받고 있을 것이다. 여포란 놈을 쫓는 것보다 차라리 동탁 놈을 먼저 잡아서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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