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현덕, 관우, 장비 삼형제와 맞붙어 싸움을 벌였던 여포는 도저히 힘이 달려 당해낼 재간이 없자 진을 이끌고 동탁이 있는 호로관으로 도망쳐 버렸다. 현덕의 삼형제는 호로관까지 여포를 추격했다. 장비가 호로관 문루 위의 푸른 일산에 동탁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말을 달려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호로관 문루 위에서 화살과 돌이 비오듯 쏟아지니 아무리 장비라 하더라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말머리를 돌려 진으로 돌아갔다.

8로의 제후들은 현덕과 관우, 장비를 청해 여포를 쫓은 공을 하례한 뒤에 급히 병사를 원소의 진중으로 보내서 여포를 쾌하게 이긴 일을 보고하니 원소는 손견한테 격문을 띄워 빨리 진군을 하라는 명을 내렸다.

손견은 원소의 영을 받자 부하 장수 정보와 황개를 거느리고 원술의 진으로 찾아갔다. 원술은 지난번에 손견이 먼저 공을 세울까 시샘해 일부러 군량미를 호송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마음이 거북했으나 그를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술이 손견을 장청으로 청해 들이니 손견은 자리에 오르지 않고 지팡이로 땅을 치며 분개했다.

“내 영감에게 좀 물어 볼 말이 있소. 내 본시 동탁하고는 아무른 원수진 일이 없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몸을 돌보지 아니하고 친히 시석을 무릅쓰고 죽기를 결심하고 싸우는 것은 위로는 국가를 위해 적을 무찌르고 아래로는 영감 댁의 가문을 위해 싸워 주는 것인데, 영감은 도리어 간언을 듣고 군량미를 호송하지 않아서 나로 하여금 패전되게 했으니 그래 영감의 속이 몇 푼어치나 편하단 말이요?” 딱 부러지게 따지고 드는 손견의 말에 원술은 꼼짝달싹 대답할 말이 없었다.

원술은 손견에게 군량미 호송을 하지 말라고 간언한 자의 목을 벤 후에 손견에게 사죄를 했다. “그저 귀가 여려서 소인의 말을 곧이듣고 대사를 잘못 처리했으니 한 번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

그 말에 손견이 마음이 적이 풀려서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손견의 본진에서 병사가 찾아왔다. “진문 앞에서 장수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장군께 뵙기를 청합니다.”

손견을 원술과 작별한 후에 급히 본진으로 돌아왔다. 그가 진으로 돌아와 장수를 만나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동탁이 아끼는 장수 이각이었다. 이상해 물었다. “네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동 승상이 이 세상에서 존경하는 분은 다만 장군 한 분이 계실 뿐입니다. 지금 저를 특사로 보내신 것은 다름이 아니라 동 승상한테는 귀여운 따님이 한 분 계십니다. 장군의 자제분과 혼인을 하고 싶어서 저를 보내어 중매를 하라 한 것입니다.”

말을 듣고 보니 엉뚱하고 황당한 말이었다. 손견은 불덩이 같이 역증이 일어났다. 그는 큰소리로 이각을 꾸짖었다. “동탁이란 놈은 역천 무도한 놈으로 황실을 엎어 버린 놈이다. 나는 그 놈의 구족을 멸해서 천하 사람에게 사례를 하려 하는 판인데 혼인이 도대체 무어란 말이냐! 내 네 목을 베어 징계할 것이로되 특별히 용서해 주는 것이니 빨리 돌아가 성을 바쳐 항복하게 하라. 만약 지체된다면 뼈를 부수고 살을 찢으리라.”

이각은 손견의 호통에 쥐새끼가 달아나듯 머리를 싸매고 달아나 동탁에게로 회보해 보고했다. “손견은 참으로 무례합니다. 한마디로 승상을 역적이라 말합니다.”

동탁은 성이 났다. 그는 모사인 사위 이유를 불러 손견의 무례함에 대해 물었다. “여포가 패전을 하여 싸울 마음이 없으니 군사를 이끌고 낙양으로 돌아갔다가 도읍을 장안으로 옮겨서 동요대로 실천하시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동요대로 실천을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동요가 나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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