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손견의 붉은 수건을 대신 쓰고 화웅의 군사를 유인했던 장수 조무는 결국 화웅에게 죽었다. 손견의 패전 소식이 근왕병 본부에 올라가자 놀란 원소가 제후와 장군들에게 회의 소집을 했다. 그는 공손찬에게 뒤에 서 있던 현덕의 존재를 알아보고 현덕을 앞으로 나와 앉게 했다. 

그때였다. 보발 병사가 뛰어 들어 급보를 알렸다. “화웅이 손 태수의 붉은 수건을 장대에 꿰어 들고 철기를 거느려 욕하면서 싸움을 돋우고 있습니다.”

원소가 좌중을 둘러보며 누가 나가서 화웅과 한 번 대적을 하겠는가 하고 물었다.

“소장이 한 번 나가 싸우겠습니다.” 원소가 바라보니 유섭이란 장수였다. 원소는 기뻐서 그에게 허락을 내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다. 유섭이 싸운 지 불과 3합에 화웅이 휘두른 칼에 목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때 태수 한복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제 부하에 상장 반봉이 있소. 효용이 절륜하니 화웅의 목을 벨 만합니다.”

원소가 반봉에게 싸움을 하도록 허락을 했다. 반봉은 손에 큰 도채를 들고 말을 달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발 병사가 또 다시 급히 뛰어 들어 아뢰었다. “반봉 장군이 또 다시 황웅에게 목이 떨어졌습니다.”

그 소리에 여러 제후들은 얼굴빛이 누렇게 변했다. 원소가 탄식을 했다. “분하구나. 나의 상장 안량, 문추 두 장수가 아직 당도하지 않은 것이 한이로구나. 두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있어도 두려울 것이 없을 터인데. 안타깝도다.”

그때 돌연 현덕의 등 뒤에서 한 장수가 크게 외쳤다. “소장이 한 번 나가 싸워 화웅의 머리를 베어 장하에 바치오리다.”

모두가 외치는 자를 바라보니 신장은 9척이요, 수염은 길어서 두 자 가량 되는데 봉의 눈이요, 누에의 눈썹이었다. 얼굴은 붉은 대춧빛 같고 목소리는 흥종을 울리듯 했다. 원소가 공손찬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현덕의 아우 관우라고 공손찬이 대답을 하자 무슨 벼슬을 하느냐고 물었다. “유현덕을 따라다니며 마궁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원소의 아우 원술이 버럭 성을 내며 공손찬을 향해 큰소리로 떠들었다. “영감이 우리 제후들을 어떻게 보는 거요? 그래 우리 제후들이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 일개의 궁수로 대장을 삼는다 말씀이요? 어지러운 말을 꺼내지도 마시오.”

옆에 있던 조조가 급히 원술을 타일렀다. “공로는 노여워 마시오. 저 사람이 큰 소리로 자청을 하니 반드시 용맹과 지략이 있을 듯합니다. 한 번 싸우라고 해서 이기면 좋고 이기지 못하면 그때 가서 책망을 해도 늦지 않소이다.” 공로는 원술의 자이다.

“한낱 궁수로 출전을 시킨다면 반드시 화웅의 웃음을 사고야 말 것이요.” 원소도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조가 원소에게 건의를 했다. “저 사람의 용모가 속되지 아니하니 궁수인 것을 화웅이 어찌 알겠소?”

관우는 그들의 주고받는 말을 듣자 분연히 큰소리로 외쳤다. “만약 내가 화웅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내 목을 잘라 바치겠소이다.”

조조가 관우에게 다가가 더운 술을 가득 부어 권했다. “자아, 한 잔 마신 후에 빨리 재촉하여 나가 싸워 보시오.”

관우는 조조가 따라 주는 술을 받지 않고 손을 저었다. “아직 술은 잠깐 놓아두시오. 화웅의 목을 베어 가지고 곧 돌아와서 마시리다.” 관우는 말을 마치자 80근의 청룡도를 들고 몸을 날려 말을 타고 짓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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