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연 가운데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연 가운데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12.1

서지현 검사 폭로로 미투 촉발
문화계 등 사회 각계각층 번져
이후 ‘페미니즘 운동’으로 확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를 필두로 불기 시작한 대한민국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바람은 우리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렸다.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성폭력·성차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미투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시민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처음 고안한 미투는 지난해 할리우드의 거물급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수십 년간 여배우와 여직원들에게 성폭력을 가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급속히 퍼져나갔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서 검사가 한 방송에 출연해 2010년 자신이 당한 조직 내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본격화됐다. 서 검사의 미투 고발에 사회는 뒤집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표현했다. 대중들은 서 검사에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 검사에 이어 문화계를 시작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2월 한 극단 대표는 당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연출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고백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 감독을 향한 성폭력 고발이 쏟아졌다. 결국 연희단거리패는 흩어졌고 수십년동안 성추행 사실은 숨겨온 이 감독은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아 문화계 미투 첫 실형 사례로 남게됐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8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8

미투 운동의 폭발력은 정치권을 강타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전 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면서 안 전 지사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에서 ‘성추행 범’으로 몰락했다.

영화·방송계도 ‘미투’의 그물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거장’으로 불리던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력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연예인과 비연예인을 막론했다. 증언 강도는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조재현, 오달수, 故조민기 등도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돼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최근엔 중·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서울 도심에선 ‘스쿨미투’에 동참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처음으로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스쿨미투 고발은 여학생의 일상이 얼마나 차별, 혐오, 폭력에 노출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스쿨미투가 고발한 것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상식이 돼버린 학교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까지 여성을 위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었다”며 “학교에서 여학생은 출석번호 앞번호가 아니라 뒷번호로 불리고 운동장 전체를 누리지 못하며 남성의 부수적 존재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 참가자들이 8일 오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한국YWCA 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8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 참가자들이 8일 오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와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중구 한국YWCA 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8

미투 운동은 여권 신장을 외치는 ‘페미니즘 운동’으로 확대됐다. 여성들은 사회에 병폐처럼 도사리는 ‘몰래카메라(불법촬영)’나 ‘여성혐오’ 등을 뿌리 뽑자며 혜화역에 모여들었고,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지나친 꾸밈 등 외모 강박과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을 거부하겠다며 ‘탈코르셋’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페미니즘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신지예 녹색당 후보가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투 운동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 미투 운동의 불길은 사그라져 잠잠한 상태다. 미투 운동을 통해 마련된 여성인권 관련 법률 개정안은 대부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에 여성계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여개의 미투 법안 중 단 5∼6개만 통과됐다’며 국회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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