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갈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갈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맘충, 김치녀, 메갈, 한남 등

혐오 용어 온·오프라인 확산

혐오 문화에 국민 거부감 ↑

 

정부, 혐오 정의조차 못 내려

유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맘충, 김치녀, 메갈, 한남(성별), 쿵쾅이(신체), 홍어(지역), 틀딱충, 할매미(연령)’

올 한해 한국 사회는 혐오로 물든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수역 폭행 사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등을 놓고 쏟아진 남녀 성 대결들, 젊은이와 노인간 극단적인 혐오의 충돌, 누군가의 어머니를 ‘맘충’이라 부르며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버린 시민, 외국인 노동자에 가해지는 폭력과 다문화 가정을 향한 거친 시선. 지역, 국가, 인종, 종교, 성적 취향, 신체적 특징을 이유로 한 ‘혐오’는 천천히 우리 사회를 잠식했다.

올해 역시 언론 등 매스컴에서는 혐오를 바탕으로 한 사건·사고들이 무수히 보도됐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등촌동전처살인사건, 거제 50대 여성 묻지마 폭행 등에서부터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인종혐오 사건·사고까지 그 범위도 넓다.

성소수자와 난민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도 그 어느해보다 심각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말마다 열린 집회에는 난민·이슬람 혐오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난민 추방을 외치는 시민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고, 성 소수자들이 계획한 퀴어축제 등은 기독교 단체 등의 방해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난민대책 국민행동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 종로타워 앞(종각역 3번 출구)에서 제6차 난민반대집회를 열고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노동자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난민인권센터, MAP 등 난민찬성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환영집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난민대책 국민행동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 종로타워 앞(종각역 3번 출구)에서 제6차 난민반대집회를 열고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노동자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난민인권센터, MAP 등 난민찬성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환영집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6

조선족 등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더 고착화됐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사건’은 살인 피의자가 ‘조선족’이라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격히 확산했다. 그가 조선족이기에 아르바이트생을 참혹한 수법으로 살해했고, 말투가 어눌하고 게임 아이디가 한자인 것이 그 근거였다. 이러한 소문은 ‘조선족 혐오’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 “조선족을 우리 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노인 혐오 등 세대 간 혐오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경북 경주시의 한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생이 한 중년 남성 손님의 영수증 배달 주소란에 ‘8시까지(말귀 못알아 X 먹는 80대 할배) 진상’이라고 남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인을 벌레충(蟲)자를 붙여 ‘노인충’이라고 부르는 등 노인 비하와 혐오를 담은 용어가 판을 쳤다.

온라인상 혐오 발언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94.6%, 여성 83.7%, 장애인 83.2%, 이주민 41.1%가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워마드 등 극단적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혐오발언들은 온라인을 매개로 급속히 확산해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흔히 볼수 있는 발언들이 됐다. 

‘김치녀(한국여자 비하발언)’, ‘한남충’ 등 남녀갈등을 유발하는 단어부터 ‘틀딱충(노인 비하표현)’, ‘똥꼬충(성소수자 비하발언)’, ‘맘충(어머니 비하표현)’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담은 단어까지 비하 표현도 수십, 수백개에 달한다.

혐오문화가 확산하면서 국민의 거부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워마드 등 혐오 발언을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제재를 해달라는 청원도 빗발쳤다.

일각에선 정부가 혐오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채 아직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음란물, 사행성 정보, 비방목적의 명예훼손 정보 등을 ‘불법정보’로 보고 시정요구하고 있지만 불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발언은 삭제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우리나라에 혐오와 차별을 정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은 “특정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다수의 개별법이 시행 중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부재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며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인종, 성적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포함하여 이유를 막론한 차별을 정의하고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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