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한 해는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군 큰 이슈들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공정하고 행복한 한국사회로의 변화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이 높았다. 그러한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슈들이 적지 않아 국민청원의 목소리도 컸다. 본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올해의 10대 키워드를 선정해 10회에 걸쳐 재조명해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김성수(29)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김성수(29)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2

‘강서PC방사건’ 범인 김성수

사소한 말다툼으로 살인까지

전문가 “韓, 정서 고립 심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18년은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우리 속담이 무색하게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어진 경악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한 해로 기억된다.

화를 참지 못해 발생한 분노범죄는 대부분 작은 시비로 시작하지만 폭행에서 심하면 살인으로까지 나타났다. 올해는 특히 행인에게 폭언을 퍼붓고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고, 보복운전으로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등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욱’해서 저지르는 분노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분노범죄의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상 최초로 100만이 넘는 동의가 달릴 정도로 사건 용의자에 대한 처벌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사건에서 범인의 살인 동기는 사소한 말다툼을 참지 못한 ‘분노’였다.

지난 10월 14일 손님으로 PC방을 찾은 범인 김성수(29)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를 하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인 신모(21)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다툼 뒤 잠시 PC방을 나온 김성수는 흉기를 갖고 돌아와 PC방 입구에서 신씨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김성수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피해자 신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건 이후 신씨의 담당의였던 이대목동병원의 남궁인씨는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얼굴에만 (흉기에 찔린) 자국이 서른개 정도 보였다. 나중에 모두 서른 두 개였다고 들었다”며 “가해자는 이 흉기를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 모든 상처는 흉기가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고도 믿기 힘들었던 비인간적인 범죄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9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8.10.19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9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8.10.19

해당 내용을 다룬 기사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다’ ‘당장 사형에 처해야 한다’ ‘인간도 아니다’ 등 김성수에 대한 비난과 처벌을 촉구하는 댓글이 달렸다. 김성수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등 심신미약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법무부가 정신과 전문의 등 감정 전문요원을 지정하고 각종 검사와 전문의 면담, 행동 관찰 등을 통해 정신감정을 벌인 결과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화를 참지 못해 발생한 분노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6일에는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에서 한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이웃을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 광주 북구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던 20대 아들이 50대 아버지를 의자와 아령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김해에서는 은행 대출을 거절당해 화가 난 4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차량 뒤에 주차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를 꺼내 40대 여성 운전자 B씨의 차량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8월 청주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를 둔기로 때려죽인 50대가 경찰에 입건됐다. 진돗개가 말을 듣지 않고 시끄럽게 굴어 화가 나서 그랬다는 게 이유였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비롯한 분노범죄는 주로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발생하며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성취지향적인 사회분위기가 개개인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상빈 심리치료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서적 고립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바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신적으로 건강이 취약한 사람들은 심리적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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