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 쪽 GP폭파 검증의 역사적 순간을 보며
[통일논단] 북한 쪽 GP폭파 검증의 역사적 순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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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바야흐로 한반도는 진정한 냉전탈출의 질주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 12일 남과 북 군당국은 남북한이 지난 15일 동시 폭파한 GP 11개에 대한 동시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물론 북한은 까칠봉 GP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문한 ‘사적초소’라며 폭파를 거부해 우리가 검증할 북한 ‘민경초소’는 10개가 된다. 이에 앞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지난 6일 오후 1시 40분 브리핑을 통해 “남북 군사 당국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의 일환으로 이뤄진 각 11개 GP의 시범철수 및 파괴조치를 12일 현장방문 형식으로 상호 검증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 검증반은 대령급을 반장으로, 검증요원 5명과 촬영요원 2명으로 구성됐다. 총 11개의 초소에 남북 각각 77명의 인원이 검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12일 각각의 남북 검증반은 상호 합의된 군사분계선상의 연결지점에서 만난 후 상대측의 안내에 따라 해당 초소 철수현장을 직접 방문해 철수 및 철거 상황을 검증했는바, 오전에는 우리 측이 북측 초소 철수현장을, 오후에는 북측이 우리 측 초소 철수현장을 각각 방문하는 형식으로 검증을 진행시켰다.

북한 민경초소(GP) 검증의 역사적 순간이 가지는 의의는 실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째로, 북한 민경초소는 우리의 순수 감시기능의 GP와는 달리 155마일 전 전선의 ‘최전선 공격진지’라는 것이다. 우리 육군은 정전협정을 철저히 준수해 GP 안에 감시병력과 감시 장비 외에 전쟁수행을 위한 그 어떤 수단도 설치하지 않았다. 반면 북한군은 GP안에 82m 무반동포와 14.5m 고사기관총 등 완전 중무장한 채 일단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우리 GP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공격로를 열 수 있는 군사능력을 유지해 왔다. 특히 160개 북한 GP 모두는 지하 갱도화되어 반핵·반화학·반공격전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전쟁능력을 갖추어 놓았으며, 민경초소 병력도 소대급이라고 하지만 실제 계급과 조직, 무장력에서 중대급을 배치하고 있다. 만약 전쟁 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북한군 전 전선의 민경병력은 우리 GP를 일순간 파괴하고 DMZ를 점령한 후 제1제대 보병에게 임무를 넘겨주도록 돼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왜 북한이 이처럼 우리 정부가 호소하는 남북화해무드에 편승했는지 살펴보면, 북한도 이제 분명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한반도에서 물리적 대결능력을 상실했으며, 단지 비대칭전력으로 밀리터리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을 군대의 사명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최전선 진지를 하늘로 날려보낼 수 있단 말인가. 향후 북한군은 최전방 민경초소를 뒤로 빼내 제1제대 보병초소에 배치하고 그만큼 보병초소(GOP)는 더 뒤로 후퇴해 군인들의 탈북도 막고 긴장완화에도 협력할 것이다. 이런 역사적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70년 대결과 긴장은 남북한 20여개의 GP 대발파로 한순간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한반도 평화체제 완성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북 9.19군사합의문을 기준삼아 북한의 군비축소와 비무장화를 촉진하고 나아가 비핵화를 다그침으로써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의 길로 멈춤이 없이 달려가야 할 것이다. 벌써 그 징후가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 군인이 한국이 살기 좋다는 소문을 듣고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한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북한군이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에서 “상급자의 괴롭힘과 식량난 등 열악한 병영 실태에 염증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이 살기 좋다는 얘기를 듣고 귀순했다”고 말했다. 귀순한 북한군의 계급은 하전사(병사)며 나이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이다. 

이 병사는 강원 원산 지역에 배치된 후방부대 소속 경비병으로 원산에서 군사분계선까지 100여㎞를 걸어왔다고 한다. 지난달 말 귀순을 결심한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주둔지를 이탈했고, 주로 새벽과 밤에 검문검색을 피하면서 도보로 남쪽으로 이동했다.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도 고성에 있는 동해안 GP(감시초소) 인근으로 넘어오는 이 북한군을 GOP(일반전초) 인근에 설치된 감시장비로 식별해 절차에 따라 신병을 확보했다. 북한군은 우리 측 병력을 만나자 “원산 모 부대 소속 누구”라고 신원을 알리고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교롭게도 이 북한 병사의 귀순 지역이 지난달 북한군이 GP를 철거하고 병력과 장비를 철수한 곳이어서 귀순한 북한 군인에 대한 북측의 감시가 다소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해당 북한군 병사가 사전에 GP 시범 철수 사실을 알고 이 지역으로 귀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자유통로’ 즉 내왕의 길은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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