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평창에서 시작된 2018년 한반도의 봄은 길거리에 은행잎이 밟히는 늦가을이 완연하건만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아쉬움이 많은지 좀처럼 저물지 못하고 있다. 2018년의 완연한 가을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져야 그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드디어 밝은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공감대를 나타내고 연내 방남 성사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정부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위한 본격적인 대북 조율과 서울에서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일단 그동안 세 차례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적인 논의는 우리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에 설치된 ‘핫라인’을 통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핫라인을 통해 답방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하고 남북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면 남북 고위급회담 등을 열어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과연 김 위원장이 언제 서울로 올 것이냐는 부분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리기는 했지만, 판문점이 남북한의 중립적 성격의 장소였던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의 본격적인 남한 방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12월에 접어든 상황에서 남북 양측의 내부 사정을 고려해 김 위원장의 답방 일정을 잡는 것부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경우 오는 17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이고 12월 말이 총화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16일 전에는 이뤄져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리더라도 난관은 남아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숙소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비해 위치나 구조상 보안이 수월한 서울 시내 특급 호텔 2∼3곳을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 시즌이어서 이미 일부 호텔은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 경호 인력만 100여명을 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방남 확정시 대규모 인원이 묵을 숙소를 확보하기부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을 지니는 만큼, 정부로선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일정을 짜는 것 역시 고민거리다. 

특히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과 비핵화가 빨리 진전돼야 본격적인 경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하고 싶은 정부의 의도가 맞물려 방남 일정 중 수원 삼성공장, 포항제철 등 남측의 대표 산업시설 참관이 유력한 일정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성사되면 남북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행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구체화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도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며 제주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제주는 김 위원장의 모친인 고용희의 고향이다. 지난 2014년에는 김 위원장 외가의 가족묘지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고용희의 선친 고경덕은 일제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을 꾸려 고용희와 현재 미국에 망명중인 고용숙 등을 낳았다.

김 위원장 역시 상징적인 측면에서 제주 방문을 희망하겠지만, 제주까지의 이동 방법과 한라산 등반 방법 등을 짜기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제주행을 선택하면 산업시설 참관 등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일정을 조율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 성사 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했다가 사실상 답보상태인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삼지연관현악단이 남쪽에 내려와 남한 대중가요를 부르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상황을 연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이미 10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을 합의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점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예술단과 함께 서울을 찾아온다면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켜 2018년 ‘평창의 봄’이 ‘서울의 가을’로 마무리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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