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빚투(#빚too, 나도 떼였다)’ 폭로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해당 연예인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부모의 실수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연예인들에 대해 사회에서는 ‘현대판 연좌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도끼, 마동석, 한상진, 조여정, 비, 안재모, 김태우 등 연예인 부모들이 사기를 치거나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돈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실수로 일어난 ‘빚투’ 폭로로 피해를 당한 어떤 연예인들은 피해자 측을 직접 만나 대신 사과하고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노력을 보인 반면, 어떤 특정 연예인은 아예 언론과 경찰의 접촉을 차단하고 잠적한 경우도 있다.

조여정이 최근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부친의 채무 피해자 부부를 만나 대신 사죄하며 성의를 보여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안재모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채권당사자와 원만히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해결방안 모색에 적극 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원만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들과 달리 ‘빚투’ 폭로의 원조인 마이크로닷과 부모의 행동은 책임을 던져버리고 회피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실무근으로 대응했던 마이크로닷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증거가 잇따르자 사과하며 아들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뉴질랜드 현지 피의자인 부모에 이어 마이크로닷마저 집을 매각하고 잠적해 많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마이크로닷 부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마이크로닷이 대리 변제 의무는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한두명이 아니고 지역사회 피해가 큰 만큼, 공인으로서 이름값에 걸맞는 행동을 실행하고 채권자들을 만나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마닷’ 스스로도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이란 점을 인지하고 사안에 대처하는 태도를 반드시 달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마닷의 행동은 어쩌면 다시는 연예계 복귀를 포기하는 케이스로 이어질지 모른다. 마닷의 부모가 20여년 전 저지른 팩트와는 별개로 마닷이 대리 변제 의무는 없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잠적해버리는 모양새는 이미지에 상당한 부정적 타격을 안길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빚투 폭로가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가족의 채무 문제에 갑자기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신적 피해를 당하고,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삽시간에 피해자의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객관적인 팩트를 구전으로만 전수한다면 전파자의 취향과 주관적 판단으로 사실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빚투 논란이 확산되자 친족에게 범죄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제’에 대해서도 많은 시민들은 “부모 죄를 자식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적으로 부모가 생존해 있으면 자식이 부모의 빚을 갚아야 할 의무는 없다. 우리나라는 연좌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연예인들은 그들의 부모의 빚을 갚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마이크로닷의 상황은 사과에 대한 진정성 부문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들로서 책임을 지겠다던 그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이다. 그동안 마이크로닷이 예능에서 보여줬던 순수하고 쿨한 이미지가 이미 깨져버렸다. 그는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지, 아니면 계속 잠적을 할지 결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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