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미국은 세계 지도를 6개의 지구방위사령부로 나누어 전략을 짜고 있다. 북부(북미), 남부(중남미), 중부(중동), 유럽, 아프리카, 태평양사령부 등이다. 1947년 창설된 태평양사령부는 이 중 가장 넓은 지역을 담당해 왔는데, 금년 5월 30일부로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하와이에 있는 이 부대 예하에는 태평양함대사령부, 태평양공군사령부, 태평양육군사령부, 태평양해병사령부가 있으며, 작전지역은 태평양과 인도양, 남극과 북극을 포함해 전 지구 면적의 52%를 관장한다. 특히 이 사령부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휘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개념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방인 일본·한국·호주에 이어 인도를 포함하고 있다. 인도양은 중국의 남진정책과 아프리카 해상진출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 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동·서·남·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연결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21세기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중국은 이 전략에 따라 해당국가에 대한 기반시설 투자를 앞세워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 인공섬 곳곳에 활주로와 군사시설을 짓는 등 군사기지화를 통한 실효지배도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대치하고 있다. 

미국이 신아시아 전략 일환으로 인도를 끌어안았지만 미·인도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9월 초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국이 소원해진 이유로,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모디 총리의 영어 발음을 조롱하는 듯한 영상이 확산되면서 인도인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고, 둘째, 미국은 인도에게 11월 4일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가 러시아산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수입하면 미국이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자존심 강한 인도를 너무나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근래 인도는 미국과 중·러 갈등 속에서 실익을 챙기고 있다. 인도는 미·중 무역전쟁 이래, 중국 시장에서 사라진 미국산 제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며 연간 670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견해도 대두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남아시아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알리사 에어스는 이 구상이 전략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대일로 등 중국의 팽창적인 대외 경제정책에 대응할 경제 부문의 큰 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인도와의 유대관계를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발복한 이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중국은 인도양 주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미얀마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여러 나라에 적극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광범위한 경제·군사 협력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현실이다. 

인도는 자칭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구 13억명)다. 네루 총리는 제3세계 비동맹회의 창설을 주도했고, 인도는 과거 제3세계를 호령하던 때도 있던 나라이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미국이 인도를 진정한 파트너로 맞을 준비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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