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야스쿠니신사를 인기몰이에 이용하고 있다. 도쿄 한가운데 있는 이 신사는 8만여개에 달하는 일본의 신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 막부(幕府)군과의 싸움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일본의 신’으로 추앙하기 위해 쇼콘샤(招魂社)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 신사는 설립 10년 후인 1879년에 현재의 야스쿠니신사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여기에는 군인 및 민간인 246만 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야스쿠니에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군인·군속 2만 2182명(군인 6178명과 군속 1만 6004명)의 혼령도 합사돼 있다. 또한 조선 마지막 황족인 이우 왕자의 위패도 이 신사에 있다. 그의 후손들은 일본 정부에 왕자의 위패를 내려 달라 요청했으나, 신사측은 사망 당시 이우는 일본인이었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이우는 일본에서도 한국말을 썼고, 일본 여자와 결혼하라는 것을 뿌리치고 박영효의 손녀딸 박찬주와 결혼했다. 일본은 그를 중국에 파견했지만 그는 거기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결국 히로시마로 전출됐고 그곳에서 원폭으로 사망했다. 

이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사자들의 영령에 제사지내고, 일왕도 참배하는 등 일제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구실을 했었다. 또한 일본 젊은이들은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전쟁터로 떠났을 만큼 모든 가치의 기준을 일왕 숭배에 두었다. 일본이 항복한 후 주일 연합군총사령부는 이 신사를 단순한 종교시설이나 전몰자 추도시설 중 하나를 택하라고 일본 정부에 명령했다. 이때 일본은 종교시설을 택했지만, 야스쿠니의 추도시설 기능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이 시설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1978년에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되면서부터였다. 일본 우파 세력들은 A급 전범들은 연합국이 규정한 것일 뿐, 일본 국내법상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일본에서는 1985년 나카소네 총리가, 2001~2006년 고이즈미 총리가, 2013년 아베 총리가 공식적으로 신사를 참배했다. 현 아베 총리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매년 이 신사에 공물을 헌납해 오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1970년에 브란트 서독 총리가, 2004년에 슈뢰더 총리가, 2013년에 메르켈 총리가 독일인은 나치의 각종 범죄, 희생자들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며 거듭 사죄했다. 같은 전범 국가이면서 독일과 너무 다른 일본, 그들은 누구인가? 

야스쿠니는 일본인들이 다시는 침략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소여야지, 군사대국화로 이웃 나라를 위협하려는 음모를 꾀하는 장소가 돼선 결코 안될 것이다. 막상 일상생활 속의 일본인들은 친절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질서를 잘 지키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문제는 일부 극우세력들이다. 이 세력들은 신사참배를 선거에서의 승리에 이용할 뿐만 아니라 신군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제 일본은 오래전 나카소네 전 총리가 주장했던 바와 같이 A급 전범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분리함으로써, 이곳을 순수하게 자기들 애국지사에 대한 참배의 장소로 삼기를 바란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그곳에 안치돼 있는 이우 왕자를 비롯한 대한제국 군인·군속들의 위패를 대한민국 정부나 유족들이 조국으로 봉환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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