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규 기자] 시민들이 강원도 화천 산소길의 ‘숲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짙푸른 북한강을 바라보며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천지일보=김성규 기자] 시민들이 강원도 화천 산소길의 ‘숲으로 다리’를 건너면서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짙푸른 북한강을 바라보며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7

북한강 주변에 형성된 ‘산소길’

‘숲으로 다리’ 지나 원시림 숲길

‘평화의 댐’ 안보 관광지 탈바꿈

[천지일보=명승일·김성규 기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디딜 때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졌다. 미묘한 출렁거림에 경쾌함마저 감돌았다. 깊어가는 가을에 강물 위를 산책할 수 있는 강원도 화천 산소길은 그렇게 탐방객을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북한강 최상류인 강원도 화천(華川)은 물의 고장으로 불린다. 이곳에 북한강 양쪽 주변을 따라 산소(O₂)길이 형성돼 있다. 산소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명소 25곳에 소개된 곳이기도 하다.

산소길은 특히 ‘숲으로 다리’로 유명하다. 소설가 김훈씨가 ‘숲으로 다리’란 이름을 붙였다. 이 다리는 폭 2.5m, 길이 1.2km의 부교(浮橋)로 폰툰다리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고 콘크리트 교각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콘크리트 대신 플라스틱 구조물을 촘촘하게 연결하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깔았다.

다리 위를 걷는 탐방객은 단풍으로 붉게 물든 가을산과 짙푸른 북한강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가을날의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 물 위로 빨갛고 노란 단풍이 떨어질 때면 물빛은 더욱 다양해진다. 거기다 시원한 강바람이 뺨을 훑고 지나가니, 이곳을 왜 산소길이라고 명명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다리 중간 지점에는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바로 옆에는 산천어의 고장이란 수식어에 맞게 산천어 모양을 한 나무 조각이 걸려 있다.

‘숲으로 다리’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조성한 파로호 산소 100리 길의 한 구간으로 분류된다. 산소 100리 길은 금강산과 평화의 댐을 거쳐 내려오는 북한강과 파로호 물길을 따라 조성한 길이다. 42㎞에 걸쳐 조성된 이 길을 둘러보려면 자전거가 유용하다. 대부분의 구간이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다.

다리를 지나 용화산 자락에 다다르면 원시림 터널 입구를 지나 폭 1~3m의 흙길로 이뤄진 원시림 숲길이 펼쳐진다. 푸른 이끼가 낀 나무와 덩굴식물이 하늘을 뒤덮어 원시림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원시림 숲길을 걸으면, 미지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화천 평화의 댐. 댐 벽면 중앙에 하천 물이 흐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초태형 트릭아트 벽화가 보인다. (제공: 한국수자원공사) ⓒ천지일보 2018.11.12
화천 평화의 댐. 댐 벽면 중앙에 하천 물이 흐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초태형 트릭아트 벽화가 보인다. (제공: 한국수자원공사) ⓒ천지일보 2018.11.12

화천은 대표적 군사도시로도 불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3개 사단이 주둔해 있고, 부사관과 장교 가족이 많다. 그만큼 안보의 요충지인 셈이다. 그런 화천이 지금은 평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고자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화천에 있는 평화의 댐을 빼놓을 수 없다.

평화의 댐은 길이 60m, 높이 125m의 규모와 최대저수량 26억 3천만t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에 있는 댐을 무너뜨리면 서울이 모두 침수되는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며 3995억원을 투입해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 당시 대대적인 모금 캠페인이 전개됐다.

하지만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 전두환 정부가 수공 위협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화천군이 평화의 댐 주변을 평화·안보 관광지로 조성하면서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이곳 평화의 댐에는 주목할 만한 종이 하나 있다. 바로 무게 37.5톤, 높이5m, 폭 3m의 규모로 조성된 ‘세계평화의 종’이다. 탱크 한 대의 무게가 40여톤을 조금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실감이 난다. 이 종은 그 이름처럼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만들었다. 전 세계 30여개국 분쟁지역에서 모은 탄피와 포탄 등을 넣어 제작했기 때문이다.

종의 상단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힘차게 날개짓을 하는 비둘기가 조각돼 있다. 이 중 북쪽을 향한 비둘기는 한쪽 날개가 절반만 남아 있다. 잘려나간 날개는 통일이 되는 날에 붙이기 위해 따로 전시하고 있다. 떼어낸 날개의 무게가 1관(37.5t)이라고 하니, 종의 총 무게는 1만관 중 1관을 제외한 9999관이다.

이곳에는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목종 ‘염원의 종’을 비롯해 이탈리아 칼리시도메니코 파피시장이 성 산타키리아 수도원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시간을 알리는 데 사용한 동종도 있다.

‘평화의 종’ 옆에는 달라이 라마와 시린 에바디, 김대중 전(前)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14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평화 메시지와 핸드프린팅 등이 전시돼 있다. 평화의 종 아래쪽에는 비목공원이 있다.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를 소재로 노랫말을 지어 만든 가곡 ‘비목’의 탄생지가 있다.

김경순 해설사는 “평화통일이 되면 잘려나간 날개를 달 것인데, 그때 이곳에 오겠느냐고 관람객에게 물어본다”며 “다들 ‘동참하러 오겠다’고 답한다. 평화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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