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도심속 ‘천년의 숲길’ 홍릉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쉼표] 도심속 ‘천년의 숲길’ 홍릉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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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내에 있는 홍릉숲은 서울 도심속에서도 맑은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10월 24일 홍릉숲의 산책로 모습. ⓒ천지일보 2018.11.3
국립산림과학원 내에 있는 홍릉숲은 서울 도심속에서도 맑은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10월 24일 홍릉숲의 산책로 모습. ⓒ천지일보 2018.11.3

서울 홍릉숲과 산림과학원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자 맑은 공기
일제시대·한국전쟁 때 소실된 푸른산 되찾는 데 기여한 현장
아픈 역사의 장소 명성황후 터… 미래목조건축 제시 산림과학관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가을빛에 물들고 싶을 때 천장산자락 홍릉숲으로 가고 싶다. 높은 빌딩 속의 숲 시끄러운 소리는 사라지고 수선스런 도시가 평온을 찾으면 마음 한 자락 풀어놓고 홍릉숲으로 간다.”

도심 속에서 맑은 공기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홍릉숲이 그런 곳이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시골의 상쾌한 아침 공기가 느껴졌다. 입구에서 100미터가량 걸어가자 황금색 잎의 커다란 은행나무와 울긋불긋 단풍나무들이 보이면서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단체 관람을 온 아이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숲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홍릉, 홍릉수목원 등으로 잘 알려진 홍릉숲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곳이라서 홍릉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아픔 속에서 황량해진 순간부터 싹을 틔우고 울창한 숲을 이루는 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푸른 강산을 되찾는 데 공헌을 한 역사의 현장이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홍릉숲 단풍들 ⓒ천지일보 2018.11.3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홍릉숲 단풍들 ⓒ천지일보 2018.11.3

◆전쟁 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

산림과학원 안에 위치한 홍릉숲은 평일에는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고, 주말에는 무료로 일반인에 개방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식물들을 연구 보존하는 곳이기에 관리가 철저하다. 사람의 발길을 통제한 만큼 식물 보존이 잘돼 도심 속에서도 맑은 공기와 다양한 동식물을 누릴 수 있다.

지난 24일 홍릉숲에서 만난 국립산림과학원 나성준 박사는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운을 떼며 산림과학원과 홍릉숲 소개를 시작했다.

나 박사는 “이렇게 되기까지 산림과학원의 전신인 임목육종연구소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현신규 박사님 같은 선진들이 나무를 선정 안하고 종자를 공급하지 못했다면 우리나라는 낙엽송 등을 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으로 땅이 워낙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1922년 임업시험장을 창설해 지금의 산림과학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선진과 후학들은 나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임학자인 고 현신규 박사(1911~1986)는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을 거치며 금수강산이라고 불리던 우리 국토가 헐벗게 되자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추위와 병충해에 강하고 재질이 좋은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품종을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이를 ‘기적의 소나무’라고 칭했다.

나성준 박사는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지금은 사막화됐지만 산림이 있던 곳이었다”며 “산림이 없으면 문화·문명의 태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자원을 나무로부터 얻기 때문이다. 모든 폐기물은 땅으로 가고 그 땅에 대한 건강은 나무가 책임지며, 나무가 낙엽을 내림으로 땅이 비옥해지고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 나 박사는 설명했다.

요즘에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등 기후변화로 여러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되면서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숲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였다.

가을 소풍을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왕벚나무 쉼터 ⓒ천지일보 2018.11.3
가을 소풍을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왕벚나무 쉼터 ⓒ천지일보 2018.11.3

◆12만평에 2만여 식물 자라… 천년의 숲길

홍릉숲의 전체 면적은 41.5헥타르(12만5538평)로, 북한에 있는 자생 수종을 제외하고 총 157과 2035종(목본 1224종, 초본 811종)의 국내·외 식물 2만여 개체가 자라고 있다.

1923년 차세대 나무 복원 식재로 함경남도 풍산에서 이식한 풍산가문비, 1928년 중국에서 최초 도입한 두층 암수 2그루, 1935년 최초로 발견해 이름을 붙인 문배 기준표본목 등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 생태자원의 보물창고이다. 이곳에선 수많은 종류의 나무, 풀과 더불어 곤충, 새, 다람쥐 등의 동물까지 숲의 다양한 생태를 볼 수 있다.

홍릉숲 안내도를 펼치면 ‘천년의 숲길’ 코스가 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활엽수와 침엽수, 습지원을 거닐 수 있는 이 코스를 추전하고 있다. 약 15분이 걸리는 이 코스는 메타세콰이어 등 곧게 뻗은 나무들을 옆에 두고 잘 닦여진 산책로를 걸으며 나무와 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습지원에는 낙우송, 고마리, 가시연꽃 등 25과 38종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곤충도 볼 수 있다. 홍릉숲에 사는 곤충은 여름에 매미와 큰흰줄표범나비 등이 있고 청개구리와 두꺼비 등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동물들은 다람쥐와 청솔모, 오소리, 너구리 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산책 중에 청솔모를 볼 수 있었다.

또 홍릉숲은 유난히 새 소리가 많이 들린다. 마치 녹음된 새소리를 틀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곳에는 여름철새인 숲새, 겨울철텃새인 딱새가 있으며 박새, 까치, 산비둘기, 꿩, 어치, 직박구리, 꾀꼬리, 콩새 등 다양한 새들이 있다고 한다.

천년의 숲길 코스는 왕벚나무 쉼터에서 마무리된다. 듬직한 왕벚나무 세 그루가 간격을 두고 있는 이곳 쉼터에는 가을소풍을 나온 유치원생 아이들이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있었다. 봄에 이곳을 방문하면 벚꽃놀이 하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홍릉숲의 산증인이자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1892년생 반송 ⓒ천지일보 2018.11.3
홍릉숲의 산증인이자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1892년생 반송 ⓒ천지일보 2018.11.3

◆목조건물이 오히려 불에 강해… 산림과학관

쉼터 옆에는 산림과학관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는 깨끗한 물과 산, 환경 등 숲이 지닌 기능을 주제별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1922년 임업시험장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 1세대 수목원인 홍릉숲의 역사를 시작으로 미래 4차산업혁명과 산림과학이 융합된 모습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시실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숲이 각종 열매나 버섯, 약초를 준다는 부분뿐 아니라 목재에 대한 가치였다. 한옥만 생각했던 목조건축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80층 규모의 건물로 지어지고 우리나라도 5층 목조건축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에 잘 타지 않을까 의문이었다. 나성준 박사는 오히려 불에 타는 것을 지연시킨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9.11테러 당시 콘크리트 건물이 2시간 만에 주저앉은 반면 숭례문 화재는 이틀간이나 불이 지속됐다. 나 박사는 “나무가 불에 탈 때 숯이 형성이 되는데 이러한 탄화층은 속의 나무가 타들어가는 것을 지연시킨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에도 목조건축물이 좋다고 한다. 나무를 건물의 기둥재로 사용한다든지 하면 100년 이상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나무를 벤 곳에는 다시 나무를 심으면 되기 때문에 환경과 자연 순환에 오히려 좋다고 했다. 300여명의 연구원이 있는 산림과학원에서는 이러한 숲의 가치를 활용할 방법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한다.

명성황후가 22년간 안장됐던 홍릉터 ⓒ천지일보 2018.11.3
명성황후가 22년간 안장됐던 홍릉터 ⓒ천지일보 2018.11.3

◆아픔을 승화시킨 역사의 터… 황후의 길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명성황후를 기릴 수 있는 곳이 ‘황후의 길’이다.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이곳에 안장돼 22년간 홍릉으로 관리됐다가 1919년 고종 승하 후 경기 남양주 금곡동(현 홍유릉)으로 이장·합장됐다.

현재는 홍릉터만 남아 있지만 여전히 홍릉이라고 불린다. 항일의 상징적 장소로서 역사성을 갖고 있다. 홍릉터 주변은 소나무, 단풍나무, 칠엽수 등의 교목과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등의 관목이 있어서 사계절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명성황후 능터 주변에는 가시오갈피가 있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 깊은 산에서 자라는 식·약용을 포함한 초본 식물이 아기자기 심겨져 있다. 또 주변에는 어정이라는 우물터도 있다.

홍릉숲에는 또 숲속여행길, 천장마루길, 문배나무길 등의 다양한 코스가 있고 안내 책자와 홈페이지 등에 잘 설명돼 있다. 홍릉숲은 봄에는 복수초·풍년화·왕벚나무로, 여름에는 칠엽수·홍림원으로, 여름엔 노랑의 은행나무와 빨강의 복자기·붉나무로, 겨울엔 눈꽃으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 풍경을 뽐낸다.

홍릉숲 관람은 평일(화~금)에는 국립산림과학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하며, 주말(토~일)에는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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