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삼성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SW 인재 육성과 청년 취업 확대를 동시에 해결하기위해 소프트웨어(SW) 인재 1만명을 육성한다. 삼성은 그간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국내외 청소년을 대상으로 SW를 포함한 다양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또한 이미 발표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결정한 ‘180조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5년간 청년 구직자 1만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고 교육 참가자에게 매달 100만원의 교육지원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구직자들의 지원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원 자격과 기준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인터넷에 학원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삼성은 최근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 성장사업으로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부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높은 SW 역량을 필요로 하는 신사업이다. SW 인력 수요는 넘쳐나는데 국내에서는 역량을 갖춘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부족한 인력을 해외에서 충원해 왔다고 한다. 이번의 파격적인 프로그램도 SW 인력 충원이 그만큼 절실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뜻일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으로 진행하기에도 벅찬 대규모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사기업이 추진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프로그램 운영과 성과를 둘러싼 향후 사회적 평가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사적 지원을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삼성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설립해 올해 1000명을 선발하고 2~3년 차에는 각각 2000명, 4~5년 차에는 각각 2500명으로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국내외 4년제 대학을 졸업(졸업 예정자 포함)한 만29세 이하의 미취업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교육생들은 하루 8시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 교육생들에게 개인별 맞춤형 취업 컨설팅도 제공하고 성적 우수자에게는 삼성전자 해외연구소에서 실습할 기회를 주고 취업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삼성은 자율성을 확보해 기업이 원하는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성공하기 위해 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교육 전문기업에 철저히 위탁한다. 교육기간은 총 1년(1, 2학기)으로, 각 학기는 5개월의 기본 교육과정과 1개월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Job Fair)으로 구성된다. 1학기 교육에서는 기초 코딩 교육 등 SW 필수 지식과 알고리즘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2학기는 프로젝트 중심의 자기 주도형 개발 사례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삼성 소프트웨어 테스트 응시 기회가 부여돼 교육생들은 자신의 SW 역량이 어떻게 향상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취업 준비 학생들의 편의와 교육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해 교육은 서울과 대전, 광주, 구미 등 총 4개 지역에서 분산해 시행한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사실상 국가를 대신해 취업 교육과 함께 일종의 실업 수당까지 제공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 기업들이 떠안는 것은 결국 민간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경쟁적으로 핵심 SW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에서 필요 인력 부족하지만 정부의 대응 속도는 너무 느리고 학교 교육, 직업훈련 등에서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너무나 경직적이어서 기업과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력 양성이 시급한데도 대입제도를 놓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삼성은 프로그램의 질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교육으로 산업계도 만족하는 교육생을 배출하고 취업 성공 사례도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SW 등 시장이 원하는 분야의 인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교육 및 직업훈련 개혁에 나서야 한다. 또한 삼성의 프로그램이 성공으로 이어져 정부와 학계도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개혁을 강력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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