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는 지난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중에는 11월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고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직접 단기 일자리 5만 9000개를 만드는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단기 부양책과 1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담겨있다.

일단 한시적으로 내건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국제 유가 움직임에 달려있다. 국제 유가 자체가 오르면 효과가 떨어진다. 10년 전에도 유류세를 10% 내렸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3% 가량 올랐다. 또한 서민들의 혜택보다는 부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초단기 일자리 방안도 내놨다.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2~3개월 기간의 5만 9000개 규모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야당으로부터 ‘일자리 분식’ ‘가짜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은 지난달까지 고용률이 8개월 연속 하락했고, 실업자는 9개월째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혁신성장 방안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우선 공유경제 확대와 원격의료를 활성화한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대 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혁신을 강조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카풀과 원격의료 등 핵심 규제혁신안이 빠졌다. 더구나 카풀이나 차량공유 같은 용어조차 쓰지 못했다. 숙박공유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없고 수년째 공전 중인 원격의료 관련 혁신안도 없다. 강남집값 상승 우려에 현대차의 옛 한전부지 신사옥 개발 관련 규제 완화도 이번 대책에 빠졌다. 그나마 이번 대책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민간투자 활성화 정도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까지 적극 나설 정도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공유경제의 활성화 관건은 규제 개혁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말만 무성하고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승차공유(카풀)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서로 자기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에 관해서도 방향은 정해졌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대다수이다. 다른 공유 비즈니스 모델도 기존에 시장을 지켜 온 업체와 갈등을 빚으면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4일 공유경제 산업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공유경제를 주제로 민관 간담회를 열었다. 업계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숙박, 배달, 모빌리티 등 분야별로 실질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호소했다. 배달 분야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대상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춰 줄 것을 요구했다. 최근 불거진 택시, 카풀문제에 대해서도 업계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회사에 내는 돈이 2~3%대의 수수료로 대체돼 기사 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공유숙박 확대 방안도 관광산업 진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유숙박 산업이 활성화되면 서울시에서만 객실, 일자리가 5만개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공유경제 불모지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며 “공유경제는 가야 할 길”이라고 화답하면서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유경제, 규제 개혁을 피하거나 우회할 방법은 없다면서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 개혁이 절실하지만 공유경제 성격상 기존 산업에서 혜택을 누리던 기득권 계층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협의와 조정을 거쳐 서로가 만족하지는 못할망정 서로 용인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불가능한 경우 국가 미래나 국민 편의성 측면에서 정부는 확실한 방향을 천명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일부의 희생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상생을 고려해서 정책을 수립하되 수립된 정책은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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